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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 '아버지 리더십' LG 반전의 숨은 힘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7-06 10:51 | 최종수정 2014-07-06 10:51


5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프로야구 NC와 LG의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LG가 NC에 2대0 완승을 거두며 시즌 6연승을 달렸다. 경기 종료 후 양상문 감독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7.05

"선수, 코치, 감독으로 살아오며 느낀 점입니다. 혼자 외로울 투수에게 감독이 격려 한 마디를 건네면 엄청난 힘이 되죠."

LG 트윈스가 6연승을 달리며 힘을 내고 있다. 양상문 감독 부임 후 5할 근처의 승률에 머무르다 팀이 대반전을 일궈내고 있는 중이다. 최근 연승 행진 중에 주목되는 것이 바로 양 감독의 자상한 리더십이다. 감독 부임 후 "독한 야구를 하겠다"며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실제로는 선수들과 직접 호흡하는 '아버지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사례들이 많다. 6연승을 거둔 5일 창원 NC 다이노스전. 선발 임정우가 2회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자 양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다. 양 감독은 내야수들을 마운드에 모두 불러모았다. 최근 프로야구 경기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장면. 양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모아 "정우야, 네가 막아줘야 열심히 수비를 해주고 있는 선배들이 너한테 덜 미안해할 수 있다. 그리고 야수들은 후배 정우의 승리를 위해 조금 더 집중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게 마음의 안정을 찾은 임정우는 김종호를 삼진 처리하며 귀중한 시즌 첫 승을 따낼 수 있었다.

이 뿐 아니다. 4일 NC전에서도 9회 위기를 맞이한 정찬헌에게 얘기를 건네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양 감독은 "3점 차이니 2점을 줘도 된다. 그런데 네 공이 정말 좋으니 자신있게만 던진다면 그 점수도 안줄 것 같다"며 격려했고 정찬헌은 무사 1, 3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양 감독은 헬멧을 내동댕이 치며 심판에 격한 항의를 하는 베테랑 임재철을 위해 그라운드로 뛰어나가, 어깨동무를 하며 선수를 덕아웃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백창수가 데뷔 첫 홈런을 쳤을 때는 덕아웃에서 선수를 꼬옥 안아줬다. 채은성이 첫 안타를 쳤을 때는 기념구 '대선수가 되세요'라는 메시지를 적어 선물했다. 주전으로 나서지 못하던 손주인이 모처럼 만에 좋은 활약을 펼치자 덕아웃 뒤에서 인터뷰 하는 장면을 보고 "오늘 손주인 때문에 이겼다"는 말을 큰 목소리로 내고 지나간다.

감독마다 지도 방식의 차이가 있다. 감독으로서 권위를 지키려하는 스타일이 있다. 선수와의 개인적 접촉을 최대한 차단해야 팀을 운영하는데 있어 냉철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선수가 코칭스태프를 어려워하지 않으면 팀 기강이 무너질 수 있는 가능성이 분명 높아진다.

반대로 양 감독의 사례처럼 선수단과의 스킨십을 적극적으로 하는 방법도 있다. 어느 방법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감독은 팀과 자신의 스타일을 잘 고려해 선수들의 경기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지도 방법을 찾으면 된다. 양 감독은 후자를 선택했다. 양 감독은 "선수, 코치, 감독으로 살며 같은 상황, 각각의 자리에서 느끼는 바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며 "전쟁터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감독, 코치가 격려의 한마디를 건네면 훨씬 마음이 편해진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경기 중 선수들에게 이것저것 얘기를 많이 해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 하나를 공개한다. 양 감독은 부임 당시 "승률 5할이 될 때까지 홈런을 친 선수와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시간에 다음 작전 구상을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런데 캡틴 이진영이 지난달 13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서 3연타석 홈런을 때려냈다. 양 감독도 고민에 빠졌다. 주장이 3연타석 홈런을 치는데 너무 무뚝뚝하게 있어도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세 번째 홈런을 치고 들어왔을 때 살짝 나가 손을 맞댔다. 양 감독 본인의 생각으로는 '내가 입으로 내뱉은 말도 어기고 주장을 위해 하이파이브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쿨한 이진영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무덤덤하게 손바닥을 치고가 양 감독을 당황하게 했다고. 양 감독은 "승률 5할이 돼 마음 놓고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라며 웃었다. LG는 32승1무41패를 기록 중이다. 5할 승률 기준 -9승. 달성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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