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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코치, 감독으로 살아오며 느낀 점입니다. 혼자 외로울 투수에게 감독이 격려 한 마디를 건네면 엄청난 힘이 되죠."
이 뿐 아니다. 4일 NC전에서도 9회 위기를 맞이한 정찬헌에게 얘기를 건네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양 감독은 "3점 차이니 2점을 줘도 된다. 그런데 네 공이 정말 좋으니 자신있게만 던진다면 그 점수도 안줄 것 같다"며 격려했고 정찬헌은 무사 1, 3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양 감독은 헬멧을 내동댕이 치며 심판에 격한 항의를 하는 베테랑 임재철을 위해 그라운드로 뛰어나가, 어깨동무를 하며 선수를 덕아웃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백창수가 데뷔 첫 홈런을 쳤을 때는 덕아웃에서 선수를 꼬옥 안아줬다. 채은성이 첫 안타를 쳤을 때는 기념구 '대선수가 되세요'라는 메시지를 적어 선물했다. 주전으로 나서지 못하던 손주인이 모처럼 만에 좋은 활약을 펼치자 덕아웃 뒤에서 인터뷰 하는 장면을 보고 "오늘 손주인 때문에 이겼다"는 말을 큰 목소리로 내고 지나간다.
반대로 양 감독의 사례처럼 선수단과의 스킨십을 적극적으로 하는 방법도 있다. 어느 방법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감독은 팀과 자신의 스타일을 잘 고려해 선수들의 경기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지도 방법을 찾으면 된다. 양 감독은 후자를 선택했다. 양 감독은 "선수, 코치, 감독으로 살며 같은 상황, 각각의 자리에서 느끼는 바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며 "전쟁터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감독, 코치가 격려의 한마디를 건네면 훨씬 마음이 편해진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경기 중 선수들에게 이것저것 얘기를 많이 해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 하나를 공개한다. 양 감독은 부임 당시 "승률 5할이 될 때까지 홈런을 친 선수와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시간에 다음 작전 구상을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런데 캡틴 이진영이 지난달 13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서 3연타석 홈런을 때려냈다. 양 감독도 고민에 빠졌다. 주장이 3연타석 홈런을 치는데 너무 무뚝뚝하게 있어도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세 번째 홈런을 치고 들어왔을 때 살짝 나가 손을 맞댔다. 양 감독 본인의 생각으로는 '내가 입으로 내뱉은 말도 어기고 주장을 위해 하이파이브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쿨한 이진영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무덤덤하게 손바닥을 치고가 양 감독을 당황하게 했다고. 양 감독은 "승률 5할이 돼 마음 놓고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라며 웃었다. LG는 32승1무41패를 기록 중이다. 5할 승률 기준 -9승. 달성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