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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1위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의 방망이가 잠잠하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올시즌 박병호의 홈런 페이스는 가히 놀라웠다. 다소 감이 올라오지 않았던 4월에는 6개의 홈런에 그쳤지만, 5월 들어 14개의 대포를 가동했다. 6월 들어서도 열흘간 7개를 몰아치면서 괴력을 과시했다. 삼성 이승엽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프로야구 최다 홈런 신기록(56개)을 넘어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갑작스런 침묵이 왔다. 타격감이 떨어진 건 아니다. 홈런 침묵이 시작된 뒤 3경기에서 10타수 7안타를 기록했다. 분명히 감은 좋았다. 물론 이후 6경기에서 17타수 2안타로 부진했다. 무안타 경기가 5경기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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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는 볼넷 60개로 이 부문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홈런이 나오지 않은 9경기에서 무려 '12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전체 볼넷의 20%를 9일 동안 기록한 것이다. 상대는 이젠 차라리 강정호와 승부하는 게 낫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강정호가 반사이익을 얻기도 했다. 홈런 2위(21개)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박병호에겐 좋은 일이 아니다.
염 감독은 박병호를 위해선 뒤보다 앞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병호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베이스가 막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칠 확률이 조성된다. (이)택근이와 (유)한준이가 나가줘야 한다"고 말했다.
2,3번 타순에 배치돼 있는 이택근과 유한준이 나간다면, 상대는 박병호와 승부를 펼칠 확률이 높아진다. 볼넷을 내줄 각오로 어려운 승부를 펼치긴 힘들다. 염 감독은 "워낙 좋은 공을 안 준다. 요새 보면, 치는 척만 하고 가만히 서있어도 3B은 그냥 얻을 것"이라며 입맛을 다셨다.
물론 주자가 있을 때 박병호가 홈런을 많이 때려낸 건 아니다. 주자가 있으면, 상대는 장타를 맞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실제로 박병호의 홈런 27개를 분석해보면, 솔로홈런이 18개, 2점홈런이 8개, 3점홈런이 1개다. 득점권에서 해결사 능력이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세한 상황을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상대가 베이스를 채울 수 없는 주자 1루, 혹은 1,2루 상황에선 타율이 3할1푼8리, 4할6푼2리로 급격히 상승한다. 특히 주자 1루 상황에서 6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주자가 있을 때 나온 홈런 중 나머지 3개는 1루가 비어있는 2루, 2,3루, 3루 상황에서 한 차례씩 나왔다.
상대의 집중견제는 박병호가 넘어서야만 하는 거대한 장벽과도 같다. 잘 치는 타자에게 계속 당하고 있을 상대는 없다. 홈런왕 박병호에게 올시즌은 새로운 도전과도 같다.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