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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째 홈런 침묵, 넥센 박병호에게 무슨 일이?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6-26 11:51 | 최종수정 2014-06-26 11:51



홈런 1위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의 방망이가 잠잠하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박병호는 지난 10일 목동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25일까지 15일간 홈런을 때려내지 못했다. 휴식기가 한 차례 있어 9경기 동안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다.

다른 선수라면 이상할 리 없는 일이지만, 박병호이기에 다소 아쉬운 침묵이다.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56경기서 27홈런을 때려내면서 시즌 종료 시점에 61개의 홈런이 가능하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왔다. 하지만 27호에서 멈추는 시간이 길어졌다. 25일까지 65경기를 치렀기에 현재로선 수치상 53개 페이스다.

올시즌 박병호의 홈런 페이스는 가히 놀라웠다. 다소 감이 올라오지 않았던 4월에는 6개의 홈런에 그쳤지만, 5월 들어 14개의 대포를 가동했다. 6월 들어서도 열흘간 7개를 몰아치면서 괴력을 과시했다. 삼성 이승엽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프로야구 최다 홈런 신기록(56개)을 넘어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갑작스런 침묵이 왔다. 타격감이 떨어진 건 아니다. 홈런 침묵이 시작된 뒤 3경기에서 10타수 7안타를 기록했다. 분명히 감은 좋았다. 물론 이후 6경기에서 17타수 2안타로 부진했다. 무안타 경기가 5경기나 됐다.

가장 큰 이유는 상대의 집중분석이다. 어느 팀이든 지난 2년간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에 대한 분석 자료는 충분하다. 이제 박병호의 약점은 모두에게 공개돼 있다. 실제로 박병호가 약한 몸쪽 높은 코스를 집중공략하는 투수들이 늘었다. 제구가 항상 완벽한 게 아니기에 박병호를 완벽 봉쇄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커졌다. 실투 확률만 줄이면, 투수에게 해볼 만한 환경이 형성된 것이다.


24일 오후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넥센과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2회초 무사 1루서 1루주자 박병호가 강정호의 3루수 앞 땅볼 때 악송구를 틈타 득점을 올린 후 염경엽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6.24.
넥센 염경엽 감독은 상대의 집중견제를 이유로 꼽았다. 누상에 주자가 없으면 박병호와 정면승부를 할 이유가 없다. 박병호와 어려운 승부를 펼치고, 잘 안 되면 볼넷으로 내보내면 그만이다.

박병호는 볼넷 60개로 이 부문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홈런이 나오지 않은 9경기에서 무려 '12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전체 볼넷의 20%를 9일 동안 기록한 것이다. 상대는 이젠 차라리 강정호와 승부하는 게 낫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강정호가 반사이익을 얻기도 했다. 홈런 2위(21개)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박병호에겐 좋은 일이 아니다.


염 감독은 박병호를 위해선 뒤보다 앞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병호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베이스가 막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칠 확률이 조성된다. (이)택근이와 (유)한준이가 나가줘야 한다"고 말했다.

2,3번 타순에 배치돼 있는 이택근과 유한준이 나간다면, 상대는 박병호와 승부를 펼칠 확률이 높아진다. 볼넷을 내줄 각오로 어려운 승부를 펼치긴 힘들다. 염 감독은 "워낙 좋은 공을 안 준다. 요새 보면, 치는 척만 하고 가만히 서있어도 3B은 그냥 얻을 것"이라며 입맛을 다셨다.

물론 주자가 있을 때 박병호가 홈런을 많이 때려낸 건 아니다. 주자가 있으면, 상대는 장타를 맞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실제로 박병호의 홈런 27개를 분석해보면, 솔로홈런이 18개, 2점홈런이 8개, 3점홈런이 1개다. 득점권에서 해결사 능력이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세한 상황을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상대가 베이스를 채울 수 없는 주자 1루, 혹은 1,2루 상황에선 타율이 3할1푼8리, 4할6푼2리로 급격히 상승한다. 특히 주자 1루 상황에서 6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주자가 있을 때 나온 홈런 중 나머지 3개는 1루가 비어있는 2루, 2,3루, 3루 상황에서 한 차례씩 나왔다.

상대의 집중견제는 박병호가 넘어서야만 하는 거대한 장벽과도 같다. 잘 치는 타자에게 계속 당하고 있을 상대는 없다. 홈런왕 박병호에게 올시즌은 새로운 도전과도 같다.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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