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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의 '영원한 캡틴' 조성환(38)이 선수 유니폼을 벗는다.
2008년, 처음 주장이 된 조성환은 살아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었다. 타율 3할2푼7리, 10홈런, 81타점을 올리면서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다. 첫 골든글러브(2루수)를 받았다. 로이스터 감독의 신뢰에 제대로 보답하면서 롯데의 핵심 선수로 자리잡았다.
조성환은 야구가 될만할 때 다시 불운이 찾아왔다. 2009년 4월 23일 인천 SK전에서 상대 선발 채병용이 던진 공에 얼굴을 맞았다. 다음날 병원에서 광대뼈 복합 골절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6월 그라운드로 돌아와 남은 시즌을 마쳤다. 조성환은 2010년 다시 3할 타자가 됐다. 타율 3할3푼6리. 타율 부문 전체 3위에 올랐다. 그해 두 번째 골든글러브(2루수)를 수상했다.
시즌을 마치고 두 번째 라섹 수술을 받았다. 2012시즌, 100경기 이상 출전하면서 타율 2할7푼8리, 33타점으로 자존심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기는 어려웠다. 주장을 다시 맡은 2013년 시즌 초반, 햄스트링 부상이 찾아왔다. 잠깐 2군으로 내려가서 컨디션을 회복하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대신 조성환의 공백은 후배 정 훈이 메우기 시작했다. 정 훈은 그동안 줄곧 백업만 해왔다. 그런데 정 훈이 조성환의 빈자리를 기대이상으로 잘 채워주었다. 조성환이 돌아왔지만 정 훈이 계속 먼저 나갔다. 그렇게 2013년이 흘렀다.
조성환은 2014시즌을 준비하면서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했다. 그래서 동계훈련때 많은 땀을 흘렸다. 더이상 밀리면 정말 선수 유니폼을 벗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조성환은 입버릇 처럼 말했다. "내 선수 은퇴 시점은 내가 정하고 싶다. 누구에 의해 떠밀리듯이 은퇴를 결정하고 싶지 않다."
조성환은 이번 2014시즌 6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시즌 시작은 1군에서 했지만 주전이 아닌 백업이었다. 2군에 있다가 잠깐 1군으로 올라왔지만 대주자 또는 대타로 팬들을 만났다.
'영원한 캡틴'이 대주자로 나갔을 때 팬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로 그를 반겨주었다. 조성환은 자신을 잊지 않고 기억해준 팬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마음 속으로 찡한 뭔가를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대타로 타석에 들어가서는 좋은 타격을 하기 어려웠다. 자신감이 떨어졌고, 낯선 야간 경기에서 눈이 다시 말썽을 부렸다. 타이밍을 제대로 잡기가 어려웠다.
조성환은 스스로 결심했다. '이제 선수 유니폼을 벗을 때가 됐다.' 김시진 롯데 감독을 찾아가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롯데 구단과 의논했다. 구단도 아쉽지만 조성환의 상황을 고려해 자꾸 만류할 수 없었다. 조성환은 이제 선수가 아닌 다른 역할을 맡아 롯데 구단에서 일하게 될 예정이다. 남은 시즌 동안은 전력 분석 업무를 배울 것 같다.
조성환은 프로 통산 성적은 1032경기 출전, 통산 타율 2할8푼4리, 44홈런, 329타점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