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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체인지업의 실종, 왜 안 던졌나?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6-12 12:54



104개 중 9개, 8.7%. 류현진의 주무기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LA 다저스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경기에서 6이닝 4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4연승 행진을 달리던 류현진은 연승에 실패함과 동시에 시즌 3패(7승)째를 기록했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를 분석해보면, 구종별 비율이 단연 눈에 띈다. 이날 104개의 공을 던졌는데 직구가 54개, 슬라이더가 21개, 커브가 20개였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고작 9개에 불과했다. 비율로 치면 8.7%에 불과하다. ⓒAFPBBNews = News1

104개 중 9개, 8.7%. 류현진의 주무기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류현진의 전매특허는 '체인지업'이다. 직구처럼 들어오다 제동이 걸리며 뚝 떨어지는 공. 구속 변화는 물론, 궤적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타자들은 공략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이 변화구가 직구와 똑같은 폼, 똑같은 각도에서 나온다면 상대는 더욱 곤욕스럽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정확히 그 조건에 부합한다. 그를 메이저리그로 이끈 공이었고, 데뷔 첫 해 14승(8패)을 이끈 주무기였다. 이미 빅리그 최정상급이었다. 하지만 올시즌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어딘가 이상하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방망이를 허공에 가르게 했던 그 공의 위상이 달라졌다.

LA 다저스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경기에서 6이닝 4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4연승 행진을 달리던 류현진은 연승에 실패함과 동시에 시즌 3패(7승)째를 기록했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를 분석해보면, 구종별 비율이 단연 눈에 띈다. 이날 104개의 공을 던졌는데 직구가 54개, 슬라이더가 21개, 커브가 20개였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고작 9개에 불과했다. 비율로 치면 8.7%에 불과하다.

2년차 류현진, 상대의 철저한 분석과 그의 변화

올시즌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분명 좋지 않다. 구위 자체가 떨어졌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데이터상으로는 그렇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피안타율이 1할6푼4리에 불과했다. 모든 구종을 통틀어 가장 좋았다. 하지만 올해엔 4가지 구종 중 가장 좋지 않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피안타율이 3할8푼으로 가장 높다.

류현진이 체인지업 구사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많이 맞고 있다. 이는 상대가 류현진에 대해 철저히 대비를 하고 들어온다는 말과 같다. 2년차 시즌에 충분히 겪을 수 있는 문제다.


ⓒAFPBBNews = News1

메이저리그에서도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은 기본이다. 이제 류현진의 주무기가 체인지업인 건 누구나 다 안다. 타자들은 체인지업 타이밍을 노리고 들어온다. 체인지업은 상대가 대비를 했을 때 위력이 반감될 수 있는 공이다.

류현진은 2년차 시즌을 맞아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올시즌 슬라이더와 커브를 더욱 갈고 닦았다. 체인지업 의존도를 낮추고 두 구종의 비율을 높였다. 지난해 체인지업 비율이 22.4%였는데 올해는 19.1%로 낮아졌다. 이 과정에서 체인지업의 실종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는 변화다.

신시내티 상대 현미경 분석, 아쉬운 판단 미스

하지만 이날은 평소보다도 더욱 체인지업을 아꼈다. 전략적인 측면이 있었다. 류현진은 올시즌 신시내티와 두번째로 만났다. 지난달 27일 홈경기에서 신시내티 타선을 상대로 7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펼쳤던 좋은 기억이 있다.

신시내티 상대 2경기 모두 포수 드류 부테라와 호흡을 맞췄다. 볼배합에 있어서도 비슷한 패턴이 계속 됐다. 한 가지 구종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식이었다. 이는 류현진과 부테라는 물론, 코칭스태프 차원에서 나온 분석에 의한 선택일 것이다.

당시 류현진은 95개의 공 중 슬라이더를 8개만 던졌다. 물론 이러한 볼배합을 가져간 이유는 충분했다. 신시내티 타선엔 간판타자 조이 보토와 제이 브루스가 부상으로 빠져있었다. 두 명 모두 좌타자다. 신시내티는 결국 스위치히터를 포함해 모두 우타석에 서는 타자들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다저스의 돈 매팅리 감독. ⓒAFPBBNews = News1
당시 결과가 좋았는데 이날은 투구 패턴을 완전히 바꿨다. 체인지업을 외면했다. 사실 신시내티는 타선이 나쁘지 않은 팀이다. 각자 제 역할을 해준다. 보토와 브루스가 있어 지난 맞대결보다 빡빡함이 느껴졌다.

류현진은 각 타자를 상대로 한 가지 구종을 집중구사했다. 상대가 약한 공을 집중적으로 던졌다는 말이다. 1번타자 빌리 해밀턴에겐 커브를 집중적으로 구사했다. 짧게 맞히는 데 집중하는 해밀턴의 타이밍을 흔들기 위함이었다. 반대로 지난 경기에서 퍼펙트 행진을 깼던 토즈 프레이저에겐 슬라이더를 썼다. 몸쪽 낮은 코스로 슬라이더를 넣어 시선을 흔든 뒤, 바깥쪽 직구를 던지는 패턴이었다. 이런 식으로 각 타자마다 한 가지 구종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는 상위타선 모두에게 적용됐다.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구사한 상대는 4번타자 브랜든 필립스밖에 없었다. 다른 타자에 비해 비교적 큰 스윙을 가져가는 필립스다. 체인지업에 약할 수 있다. 류현진은 이날 던진 9개의 체인지업 중 5개를 브루스에게 던졌다.

류현진이 던진 나머지 4개의 체인지업은 모두 초구였다. 주무기를 초구에 카운트를 잡는 용도로만 쓴 것이다. 하지만 6회말 1사 후 좌타자 브루스에게 초구에 체인지업을 던지다 솔로홈런을 맞고 말았다. 좌타자 상대였기에 더욱 의외였다. 한복판으로 몰린 밋밋한 체인지업. 배팅볼과도 같았다. 카운트를 잡기 위해 이날 의도적으로 피했던 체인지업을 편하게 던졌다 장타를 허용했다.

류현진은 이날 우타자의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 몸쪽 낮은 코스로 들어가는 슬라이더를 잘 구사했다. 공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전략이 흔들렸을 때, 빠르게 수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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