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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야구에선 타순 1~2번 선수들의 맹활약이 두드러진다.
두산 베어스 1번 민병헌이 가장 대표적이다. 민병헌의 타격 지표를 보면 깜짝 놀랄 정도다. 2일 현재 타율 3위(0.378), 타점 공동 2위(44타점)이다. 71안타로 최다 안타 3위이고, 홈런 8개로 공동 15위에 올라 있다. 정교함과 동시에 파워까지 갖췄다. 민병헌이 만약 두산이 아닌 다른 팀에 있었다면 1번이 아닌 3번 정도에 가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다.
민병헌이 1번 타자로서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건 클러치 상황이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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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테이블 세터 박민우(21타점)와 이종욱(35타점)도 민병헌-오재원 못지 않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1번 정 훈(27타점)과 2번 전준우(28타점)도 55타점을 합작했다. SK 와이번스 1번 김강민(28타점)과 2번 조동화(27타점)도 55타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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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힘있는 1번을 원한다
감독은 매 경기 타순을 짤 때 고민을 많이 한다. 특히 타선의 흐름이 자꾸 끊어질 때는 타순 때문에 밤을 지새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때마다 감독들이 하는 단골 대사가 있다. "잘 하는 순서대로 1~9번에 투입하면 안 될까." 과거 어릴적 동네야구에선 가장 잘 치는 선수가 1번에 들어가곤 했다. 현대야구에선 팀의 중심을 잡아줄 타자들이 클린업 트리오(3~5번)를 형성한다. 타순의 순서상 이 클린업 트리오가 빛을 보기 위해선 1~2번에 출루율이 높고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들어가는 게 맞다.
하지만 투수들도 그냥 앉아서 당하지 않는다. 중요한 상황에서 클린업 트리오를 만나면 좌우놀이로 견제하고, 심지어는 두들겨 맞는 걸 피하기 위해 정면승부를 피하기도 한다. 이러다보니 1~2번에 파워에 해결 능력까지 겸비한 선수를 찾게 되는 것이다.
올해 주목받고 있는 리드오프들이 파워까지 갖춘 선수들이 제법 있다. 민병헌은 물론 이고 김강민, 삼성 나바로, 정 훈이다. 예비 FA 김강민은 9홈런(공동 12위) 28타점(공동 26위) 59안타(11위) 14도루(7위)를 기록했다. 못하게 없는 팔방미인 타자다.
나바로는 삼성의 1번 배영섭 공백을 말끔하게 해결해줬다. 나바로가 1번에 연착륙하면서 타순의 안정감이 생겼다고 한다. 7홈런(20위), 27타점(공동 28위)이다.
정 훈도 롯데가 지난해부터 풀지 못했던 1번 문제를 해결했다. 27타점(공동 28위), 54안타(공동 17위).
현재 9팀 테이블 세터 랭킹을 매긴다면
이번 시즌 지금까지의 타격 지표를 통해 9팀의 주전 리드오프 랭킹을 매긴다면 1위는 민병헌이라고 볼 수 있다. 민병헌의 개인 성적과 팀 공헌도 그리고 팀 성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최고다.
그 다음은 넥센 서건창, 김강민 순이다. 서건창은 최다 안타 1위(77안타) 도루 공동 1위(20개) 타율 2위(0.379)이다. 타점이 22점으로 약간 떨어진다. 민병헌 보다 스피드는 앞서고 파워는 약하다. 김강민은 확 튀는 게 없지만 성적이 고르게 좋다.
2번 타자 랭킹을 매긴다면 1위는 오재원, 2위는 이종욱, 3위는 조동화다. 오재원은 타율과 도루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얄미운' 플레이로 아군에겐 힘을 주고, 적군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플레이를 잘 한다. 이종욱은 타율(0.280)은 좀 떨어지지만 타점(35개)에서 자기 몫 이상을 해주고 있다. 조동화는 27타점(공동 28위) 52안타 19도루(4위)를 기록했다.
1~2번을 묶은 테이블 세터 랭킹을 따진다면 두산(민병헌-오재원)이 가장 강하다. 둘의 조합을 당할 테이블 세터는 현재로는 없다.
타격의 정교함만 놓고 보면 넥선 서건창-로티노 조합이 위협 대상이 될 수 있다. SK 김강민-조동화 조합은 타점 생산 능력에서 약간 밀리지만 도루 능력은 민병헌-오재원 조합을 능가하고 있다.
NC 박민우-이종욱, 롯데 정 훈-전준우도 궁합이 잘 맞는 편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