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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100%로 던지는데 유희관에게선 자신감이 보였다."
혼자 벽에 공 던지며 한 재활, 철저한 준비로 조기복귀
조기 복귀까지는 고효준의 철저한 '준비'가 있었다. 고효준은 군입대 전부터 한 가지 계획을 세웠다. 공익근무 후 복귀가 늦어지는 선수들을 많이 봐왔기에 '남들과 다르게 하겠다'고 굳게 마음 먹었다.
하지만 팀에 있는 게 아니라 체계적인 재활은 힘들었다. 고효준은 이를 악물고 혼자 재활에 매달렸다. 매일 근무를 마치고 준비한 운동을 소화했다. 수술 후 재활 과정에선 ITP라고 불리는 단계별 투구 프로그램을 밟는데, 고효준은 이를 혼자 해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보통은 공을 받아주는 사람이 있지 않나. 난 함께 할 선수가 없으니 '벽치기'로 ITP를 했다. 단계별로 공을 던져야 하는 거리가 있는데 벽에서 몇 미터나 되나 거리를 재고, 혼자 벽을 향해 공을 던졌다"고 털어놨다.
가뜩이나 힘들다는 재활 과정을 홀로 고독하게 이겨냈다. 고효준은 "빨리 복귀하고 싶다는 것보다 제대로 만들고 싶었다"며 힘들었던 재활 과정을 한 마디로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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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 통해 받은 영감, 중요한 건 마음이었다
팀을 떠나 있는 동안, 야구에 대한 시선도 바뀌었다. 때론 팬의 입장으로, 때론 중계진의 입장에서 야구를 봤다. 그는 "보는 눈이 달라지더라. 몰랐던 부분이 보였다. '이 카운트에서 뭘 던질까' 같은 생각을 한다. 나도 모르게 해설을 하고 있더라"며 웃었다.
멀리서 보면서 인상 깊은 선수도 있었다. 바로 같은 왼손투수인 유희관이다. 유희관은 직구 최고구속이 130㎞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다양한 변화구와 칼날 같은 제구력으로 '느림의 미학'이란 별명을 얻었다. 다소 제구력이 떨어져도 강속구를 던지는 고효준과는 대척점에 있는 투수다.
고효준은 "유희관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 '저런 스피드도 상대를 이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볼의 무빙이나 컨트롤이 워낙 좋더라"고 말했다.
자신과는 정반대인 유희관을 보면서 느낌 점이 많은 듯했다. 그는 "유희관은 폼은 100%인데 그런 구속이 나온다. 나도 유희관도 똑같이 100%로 던지는데 그렇게 차이가 난다. 그런데 타자들은 같은 100%라고 느낀다. 유희관에게선 자신감이 보인다"고 밝혔다.
단점인 불안한 제구를 잡아야 하나 싶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타자들이 자신을 무서워할 수 있는 장점이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효준은 "내 특색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중요한 건 마음인 것 같다. 예전엔 의도적으로 안 맞으려고 던진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젠 차라리 맞을 거면 맞자는 생각으로 던진다"고 힘주어 말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