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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사구 두 번이 상대 KIA에 도움이 되는 꼴이 됐다."
먼저 1-1로 맞서던 5회말 수비. 선두 이대형에게 볼넷을 내준 뒤 박기남을 잡아내 1사 2루가 됐다. 타석에는 외국인 타자 필이 들어섰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양상문 감독은 필에게 고의사구를 지시했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선택이었다. LG 선발 티포드는 2회 신종길에게 불의의 선제 솔로포를 내줬지만 괜찮은 투구를 하고 있었다. 필이 앞선 두 타석에서 안타를 뽑아냈다고 하지만, 구위를 봤을 때 단타는 나와도 장타가 나올 확률은 높지 않았다. 경기 중반 리드를 지키는 것도 아니고, 동점 상황에서 1점을 주지 않기 위해 필을 거르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 다음 타자들이 하위 타순이라면 모르겠다. 다음 타자는 4번 나지완이었다. 아무리 앞 타자의 감이 좋다지만 한 팀의 4번타자는 괜히 4번타자가 아니다. 경기 중반 상대에 대량 득점 기회를 제공하는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나지완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티포드는 흔들렸고, 이어진 상황에서 신종길의 기습번트 타구 처리에 실패하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양 감독은 여기서 정현욱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결과는 이범호의 만루포였다. 사실상 경기가 KIA쪽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KIA 불펜진의 부진으로 LG는 대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7회말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다. 바뀐 투수 김선규가 1사 1, 3루 위기를 만들고 유원상과 바통 터치를 했다. 유원상은 신종길의 도루로 2, 3루가 됐지만 침착하게 승부를 펼치며 만루포를 때려낸 이범호를 1루 파울플라이로 처리했다. 다음 타석은 안치홍. 양 감독은 여기서 또 한 번 이해할 수 없는 고의사구 작전을 꺼내들었다. 안치홍을 걸렀다. 승부의 흐름이 있다. 어려운 타자 이범호를 유원상이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을 때 분위기가 LG쪽으로 넘어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투수가 자신감을 얻고 이어 등장하는 타자는 부담을 갖는다. 하지만 자신에게 온 고의사구 지시는 힘을 빠지게 한다. 다음 타자가 8번 고영우임을 감안했다면, 이는 어처구니 없는 선택이었다. KIA 덕아웃에는 이종환, 김주형 등 대타 요원들이 차고 넘쳤었다. 고영우의 유격수 포지션을 대체할 대수비 강한울도 대기중이었다.
양 감독은 경기 후 "만루 작전 두 번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타자에 맞춰 투수를 기용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직은 현장 감각이 돌아오려면 시간이 필요한걸까.
광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