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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백용환, '기본'을 잊으면 '미래'도 없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5-18 11:17


삼성 박석민이 재치있는 플레이로 KIA 포수 백용환을 속이고 홈을 밟는 장면. TV캡쳐

원활한 세대 교체는 팀을 건강하게 만든다. 그래서 프로야구 감독들은 가능성이 있는 적절한 후보들이 있으면 되도록 많은 기회를 주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세대 교체 시도가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후보' 중에서 주전급으로 성장하는 선수가 있고, 끝내 실패하는 선수가 있다. 이들의 차이점은 결국 얼마나 기본기에 충실하고, 또 얼마나 절박하게 경기에 집중하느냐에 달렸다. 특히 '기본'을 망각하면, 아무 것도 얻어낼 수 없다. 오로지 '후회'와 '절망'만 남을 뿐이다.

지난 17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이 경기에서는 특이한 장면이 나왔다. 5-0으로 앞선 삼성의 3회초 공격 1사 2, 3루 때였다. 3루 주자 박석민은 8번 타자 이흥련의 땅볼 타구 때 홈으로 내달렸다. 명백한 아웃 타이밍. 타구를 잡은 KIA 3루수 김주형의 송구는 정확하게 포수 백용환의 미트에 들어왔고, 박석민도 이미 홈플레이드 바로 앞까지 달려온 터라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런데 박석민은 살았다. 허리와 엉덩이를 슬쩍 뒤로 빼면서 백용환의 태그를 피한 박석민은 한바퀴 빙글 돌면서 백용환의 방심을 유도했다. 백용환은 이 순간 박석민을 외면하고 누상의 주자들에게 눈을 돌렸고, 박석민은 그 틈을 타 전광석화처럼 왼발로 플레이트를 밟았다.


NC와 KIA의 주중 3연전 두번째 경기가 14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렸다. KIA 백용환.
창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5.14/
박석민의 '몸 개그'나 '명품 주루'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 이건 백용환의 상식 이하 '본헤드 플레이'에서 빚어진 해프닝이라고 봐야한다. 박석민은 그저 '심판의 콜이 나오기 전까지는 모든 상황이 계속된다'는 기본 정석에 충실한 채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했을 뿐이다. '기본'을 망각한 백용환을 '기본'에 충실한 박석민이 농락한 결과다.

상황을 보자. 0-5로 뒤지고 있었지만, 겨우 3회였다. 최근의 KIA 공격력을 감안하면 반격을 도모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의 수비는 추가 실점을 막는다는 것에 모든 집중력을 쏟아야 한다.

1사 2, 3루. 3루수 김주형은 원칙에 충실한 판단을 내렸다. 타구를 잡은 뒤 박석민의 홈 쇄도를 보고, 추가 실점을 막는 동시에 아웃카운트를 늘리기 위해 백용환에게 침착하게 정확한 송구를 했다. 공교롭게도 백용환이 팔만 뻗으면 박석민을 태그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수비력이 뛰어난 포수라면 박석민을 태그아웃시킨 뒤 1루 송구로 발이 느린 타자주자 이흥련까지 잡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백용환은 최악의 실책을 했다. 확실하게 박석민을 태그하지 못한 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린 것. 앞으로 대시해 박석민을 확실하게 태그하지 않은 것이 첫 번째 실수라면, 심판의 아웃콜을 확인하지 않고, 다음 플레이를 하려고 한 것이 두 번째 실수다.


'경험 미숙'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장면이다. 복잡한 상황도 아니고, 기본기에만 충실했다면 최소한 박석민은 잡을 수 있었다. 이 실패는 백용환 뿐만 아니라 결국 투수 송은범을 더 흔들리게 만들었고, 곧바로 김상수의 쐐기 3점포로 연결된다.

백용환은 'KIA 세대 교체'의 중심에 있는 선수 중 하나다. KIA 선동열 감독은 지난해부터 백용환을 다음 세대의 주전 포수감으로 여기고 기회를 주고 있다. 자질은 분명히 있다. 그간 좋은 모습도 많이 보여줬다. 하지만, 17일 경기에서는 기본을 망각해 팀을 망친 본헤드 플레이를 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두 번 다시 나오면 안된다. 이 실수를 뼈에 새기지 않는다면 개인에게도 팀에게도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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