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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활한 세대 교체는 팀을 건강하게 만든다. 그래서 프로야구 감독들은 가능성이 있는 적절한 후보들이 있으면 되도록 많은 기회를 주려고 한다.
그런데 박석민은 살았다. 허리와 엉덩이를 슬쩍 뒤로 빼면서 백용환의 태그를 피한 박석민은 한바퀴 빙글 돌면서 백용환의 방심을 유도했다. 백용환은 이 순간 박석민을 외면하고 누상의 주자들에게 눈을 돌렸고, 박석민은 그 틈을 타 전광석화처럼 왼발로 플레이트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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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 2, 3루. 3루수 김주형은 원칙에 충실한 판단을 내렸다. 타구를 잡은 뒤 박석민의 홈 쇄도를 보고, 추가 실점을 막는 동시에 아웃카운트를 늘리기 위해 백용환에게 침착하게 정확한 송구를 했다. 공교롭게도 백용환이 팔만 뻗으면 박석민을 태그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수비력이 뛰어난 포수라면 박석민을 태그아웃시킨 뒤 1루 송구로 발이 느린 타자주자 이흥련까지 잡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백용환은 최악의 실책을 했다. 확실하게 박석민을 태그하지 못한 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린 것. 앞으로 대시해 박석민을 확실하게 태그하지 않은 것이 첫 번째 실수라면, 심판의 아웃콜을 확인하지 않고, 다음 플레이를 하려고 한 것이 두 번째 실수다.
'경험 미숙'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장면이다. 복잡한 상황도 아니고, 기본기에만 충실했다면 최소한 박석민은 잡을 수 있었다. 이 실패는 백용환 뿐만 아니라 결국 투수 송은범을 더 흔들리게 만들었고, 곧바로 김상수의 쐐기 3점포로 연결된다.
백용환은 'KIA 세대 교체'의 중심에 있는 선수 중 하나다. KIA 선동열 감독은 지난해부터 백용환을 다음 세대의 주전 포수감으로 여기고 기회를 주고 있다. 자질은 분명히 있다. 그간 좋은 모습도 많이 보여줬다. 하지만, 17일 경기에서는 기본을 망각해 팀을 망친 본헤드 플레이를 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두 번 다시 나오면 안된다. 이 실수를 뼈에 새기지 않는다면 개인에게도 팀에게도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