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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NC 선두싸움, '장점의 극대화' 눈에 띄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5-07 09:51



어린이날 경기로 인해 9연전 일정이 된 이번주, 선두싸움에 분수령이 될 매치업이 한창이다. 바로 6일부터 8일까지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1위 넥센과 2위 NC의 맞대결이다. 1.5게임차로 만난 두 팀은 3연전 첫 날인 6일 NC가 6대3으로 승리하면서 더욱 뜨거워졌다. 6일 현재 승차가 반게임차로 다시 좁혀졌다.

두 팀의 싸움은 여러모로 재미있다. 일단 한때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두 팀이 어느새 9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 리그를 이끌고 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모기업이 없는 히어로즈는 창단 초 선수를 팔아 구단을 운영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견뎌내고 자생적인 모델을 찾아왔다. 그리고 지난해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로 성적까지 내는 구단이 됐다.

9구단 NC는 1군에 처음 진입한 지난해 시즌 초반 부진으로 프로야구 질적 저하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또한 NC의 창단으로 홀수구단 체제가 돼 리그 일정은 복잡해졌고, 홀수구단 체제의 빈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창단 첫 해였던 지난 시즌을 7위로 마친데 이어 올해는 당당히 선두싸움을 하고 있다.

장점의 극대화, 혼전중인 프로야구의 키워드

이뿐만 아니다. 두 팀 모두 '장점의 극대화'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프로야구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야구에서는 팀이든 선수든 단점을 고치려다 장점까지 잃는 경우가 많다. 마무리가 불안하다고 선발투수를 뒤로 돌리는 식의 대처는 화를 부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넥센과 NC의 단점에 대한 대처법은 이와는 다르다.


22일 목동구장에서 프로야구 넥센과 롯데의 주중 3연전 첫 경기가 열렸다. 넥센이 9회 1사 만루에서 박병호의 밀어내기 타점으로 10대9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종료 후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넥센 선수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4.22
게임을 보면, '능력치'라는 게 있다. 만약 이 두 팀의 능력치를 게임 내 그래픽으로 만든다면 굉장히 불균형스러운 형태가 나올 것이다. 단순히 선발, 중간계투, 타격, 수비, 주루 5개의 항목을 평가해보자. 수치에 따라 오각형의 도형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 두 팀은 어느 곳은 크게 튀어나오고, 어느 곳은 움푹 들어간 형태를 갖고 있다.


과거 많은 팀들이 정오각형 모양을 지향했다. 전통적인 강팀은 한 쪽에 치우치기 보다는 고르게 좋았다. 올시즌 4년 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디펜딩챔피언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은 가장 전력이 안정화된 팀으로 꼽힌다. 즉, 어느 한 쪽에 치우치기 보다는 고르게 강하다는 말이다.

반면 올시즌 1,2위를 질주중인 넥센과 NC는 정오각형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단점이 명확해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지향점은 정오각형이 아니다. 오히려 더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을 다듬고 있다. 유례 없는 혼전양상의 올시즌 프로야구에서 두 팀의 선택이 돋보인다.

'폭탄급 선발' 넥센, 불펜과 방망이로 버틴다

넥센은 화력만큼은 9개 구단 중 최고다. 팀 타율 1위는 롯데(2할9푼3리)에게 내주고 2위(2할8푼6리)에 올라있지만, 홈런 부문에선 독보적인 1위(39개)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 부분으로는 특화된 모습이었다. 홈런이 많이 나오는 목동구장을 홈으로 쓰는 특성을 살려 중장거리 타자로 라인업을 꽉 채웠다. 누구든, 어디에서든 홈런이 나올 수 있게 만들었다. 트레이드 시 지향점 역시 분명했고, 확실한 선수 구성으로 이를 실현했다.

올해는 여기에 한 가지 장점을 더했다. 바로 불펜이다. 기존 손승락, 한현희에 고졸 2년차 조상우가 가세해 불펜을 한층 두텁게 했다. 지난해부터 조상우는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투구 밸런스를 잡는 등 코칭스태프의 집중조련을 받아왔다. 150㎞가 넘는 공을 던지는 파이어볼러, 선발이든 불펜이든 매력적인 카드다.


넥센과 롯데가 24일 목동구장에서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를 펼쳤다. 양 팀은 시리즈 1승 1패를 기록중이다. 넥센 조상우가 4회 구원 등판해 힘차게 투구하고 있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4.24
넥센 염경엽 감독은 조상우의 미래에 대해 양쪽 모두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현재로선 불펜이다. 단점을 메우기 보다는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방안을 택한 것이다.

넥센은 선발진에 큰 약점을 갖고 있다. 선발투수의 평균 소화이닝이 고작 5이닝으로 한화(4⅔이닝)에 이어 뒤에서 두번째다. 최근 3경기 연속 5회를 채우지 못한 에이스 나이트를 포함해 선발이 조기강판되는 경우가 많다.

염 감독이 직접 "우리 팀은 폭탄을 안고 있다. 불펜과 방망이로 버티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넥센은 선발의 약점을 메우려 수를 쓰기 보다는 강점을 밀어붙이고 있다.

5회까지 뒤진 경기에서 6승이나 해냈다. 다른 팀들은 1~3승에 그쳤다. 선발이 무너져도 경기 후반 뒤집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여전히 강력한 타선과 달라진 불펜이 넥센을 선두로 이끌고 있다.

'불펜 불안' NC, 강력한 선발진 확실하게 쓴다

NC는 넥센과는 상반된 장점을 갖고 있다. NC의 최대 강점은 바로 선발이다. 선발투수의 평균 소화이닝이 5⅔이닝으로 9개 구단 중 가장 많다.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3.79로 유일하게 3점대를 기록중이다.

또한 좋은 선발투수를 가리는 기본적인 지표라 할 수 있는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도 19회로 독보적 1위(2위 두산 13회)다. 퀄리티스타트에서 이닝소화력을 강조한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도 10회로 1위(2위 두산 8회)다.


NC 다이노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4 프로야구 경기가 6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NC가 6-3의 승리를 거둔 가운데 김경문 감독이 이날 선발승을 거둔 찰리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목동=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4.05.06/
NC는 창단 특전으로 올시즌까지 외국인선수 1명을 더 보유할 수 있다. 1군 진입 후 2년간 갖는 혜택. 지난해가 팀을 만드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성적에 욕심을 내볼 만한 조건이 갖춰져 있다. 외국인투수 세 명에 토종에이스 이재학까지, 두자릿수 승리가 가능한 1~4선발진을 갖췄다.

NC는 선전하고 있는 불펜에 여전히 불안감을 갖고 있다. 중간계투진 평균자책점 4.31로 삼성(2.94)에 이어 2위. 불펜이 두터워졌다는 넥센(3위, 4.33)보다도 좋아도 아직 만족하기엔 이르다.

원종현 홍성용 김진성 등 과거 프로 방출경력을 갖고 있던 선수들이 고난의 시간 끝에 NC의 필승계투조로 자리잡았지만, 경험 부족이라는 아킬레스건이 있다. 현재 호투하고 있는 이들이 언제 흔들릴 지 모르는 일이다.

NC 김경문 감독 역시 이 문제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다. 이들을 믿지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강점인 선발진을 활용하는 것이다. 선발투수들에게 최대한 긴 이닝을 맡겨 불펜의 과부하를 줄이고 있다. 될 수 있으면 7회까지는 선발투수가 책임지고, 8,9회를 불펜진이 막도록 하는 방법이다.

김 감독은 "올시즌엔 불펜이 강한 팀이 유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기레이스에서 불펜진의 힘이 오랜 시간 유지되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NC는 그 힘을 비축하기 위해 시즌 초반부터 강점인 선발진을 활용하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SK와 NC의 주중 3연전 두번째날 경기가 2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다. 5-3 승리를 지켜낸 NC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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