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관중 심판 폭행 사건 여파는 컸다. 별것 아닌 일에도 과민반응이 나왔다.
불과 몇미터 앞에서 현장을 지켜본 SK 이만수 감독은 이날 KIA전을 앞두고 "어제는 정말 매우 속상했다. 처음에는 그 장면을 못 봤다. 시간이 지난 후에 웅성거리기에 경기장을 보니 그런 일이 발생했더라. 오늘 오전 신문을 통해 그 장면을 봤는데 백재호 코치가 큰 역할을 했다. 성 준 코치가 바로 지시를 했고 백재호 코치가 그라운드로 뛰쳐나갔다. 감독으로서 미안한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이어 "화이트삭스 코치로 있던 시절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경기서 칼을 든 팬이 난입하는 사건이 벌어져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면서 "장난감 칼이었지만 뉴스에 대대적으로 보도될 만큼 문제가 컸다. 메이저리그는 관중 난입에 대해서 엄벌한다. 벌금도 크게 물리고 징역형을 받게 된다. 또한 해당 관중은 평생 해당 경기장에 출입할 수 없다"고 했다.이 감독은 인간적인 모멸감을 받았을 박근영 심판원에 대해서도 "그라운드만큼은 우리 야구인들이 지켜야하는 곳인데, 그런 일이 발생한 것 때문에 야구인으로서 정말 화가 났다. 요즘 세상이 무법천지도 아니고 시대도 바뀌었는데 정말 이래서는 안 된다"며 거듭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또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는 평소보다 많은 경비 직원들이 배치됐다. 이닝 간에는 제복을 입은 경비 직원이 1,3루측 관중석 앞으로 각각 나와 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사태 재발 방지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 중 또 한번 깜짝 놀랄 일이 생겼다. 관중석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 KIA가 9-2로 앞선 6회말 김주형 타석 때 1루쪽 관중석에서 갑자기 불이 났다. 갑자기 크게 불길이 솟아 전날의 심판 폭행사건처럼 야구에 불만을 품은 자의 방화로 추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휴대용 버너를 가지고 입장한 남성 관중이 부탄가스를 연결해 불을 붙이다가 가스가 새면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잠실에서는 심판들과 넥센 벤치가 충돌직전까지 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스트라이크 볼 판정 때문이었다.
1회초 넥센 3번 타자 윤석민이 삼진 아웃을 당했다. 두산 선발 투수 노경은의 4구 직구가 바깥쪽 낮게 꽂혔고 윤상원 주심은 삼진을 선언했다. 그런데 공수교대 때 넥센 벤치에서 윤석민의 삼진 아웃 판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자 윤상원 주심이 넥센 벤치 쪽으로 걸어갔고 다른 심판원들도 넥센 벤치 쪽으로 모여들었다. 이영재 심판(2루심)도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윤상원 주심의 판정을 변호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이강철 수석코치가 나서 심판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넥센 선수들이 빠르게 공수 교대를 했다.
보통 때 같았다면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심판들은 자신의 마지막 영역인 볼 스트라이크 판정에도 불만을 표출하자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최근 연이어 터지는 심판과 관련된 문제들로 야구계 전체가 신경이 날카로워져있었다.
광주=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잠실=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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