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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김기태 감독이 사퇴 선언을 하기 전인 19일 대전구장. 경기 전 LG 덕아웃은 분위기가 조금 풀린 상황이었다. 연패에 빠졌다 18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5대2로 승리하며 반전 분위기를 마련했기 때문. 마무리 봉중근이 세이브를 기록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한화와의 2차전을 앞두고 김 감독이 훈련을 마친 봉중근을 불러 세웠다. 김 감독은 "김 기자가 증인이 돼달라. 봉중근이 올해 안쉬고 던지겠다고 한다. 내 책임 아니다"라는 농담을 건넸고 봉중근은 이에 "농담 아닙니다. 100이닝도 던지겠습니다. 무조건 내보내주십쇼"라고 화답했다. 김 감독은 "나중에 나 때문에 선수 생활 오래 못한다고 원망하면 안된다"라고 얘기하며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봉중근은 김 감독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봉중근은 "솔직히 힘이 든다. 하지만 무조건 나가 던져야 한다. 정신력으로 버텨야 한다"라고 말하며 "어깨가 아플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나중 일이다. 지금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봉중근은 26일 KIA전에도 "상황이 되면 등판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하지만 조계현 감독대행이 "무조건 쉬어야 한다"라며 뜯어 말렸다.
봉중근은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시절 바비 콕스 감독님을 정말 존경했다. 하지만 김 감독님에 대한 존경심은 그 이상"이라고 말하며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셨다. 감독님을 위해 야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내 인생 처음"이라고 말했다.
마무리 투수가 실제 100이닝을 던질 수는 없다. 하지만 100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봉중근의 이 투혼이 침체에 빠진 LG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