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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맞춤형 타선, 레이예스에 안통한 이유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4-04-07 06:00


SK와 한화의 주말 3연전 마지막날 경기가 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한화 피에가 1루땅볼로 물러난 후 SK 레이예스와 미소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4.06/

타선이 좀처럼 터지지 않을 때 감독들은 라인업 조정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곤 한다.

한화 이글스는 4~5일 SK 와이번스에 연패를 당하는 동안 2경기서 11안타, 6득점에 그쳤다. 시즌 시작부터 불붙었던 국가대표급 테이블세터가 주춤했다. 2경기서 이용규-정근우-피에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은 합계 17타수 1안타에 그쳤다. 가뜩이나 4번 김태균이 맞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득점력이 저하될 밖에 없었다.

급기야 한화는 6일 인천서 열린 SK전에서 타순을 대폭 변경했다. 왼손 톱타자 이용규와 외야수 고동진을 선발 라인업에서 뺐다. 대신 오른손 최진행을 6번 지명타자에 넣고, 이양기를 2번 좌익수로 선발출전시켰다. SK가 왼손 레이예스를 선발로 냈기 때문이다. 시즌 개막부터 지명타자로 출전해 온 이용규는 처음으로 선발서 제외됐다. 일종의 맞춤형 타선이다. 어떻게든 레이예스를 초반부터 공략해야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더구나 레이예스는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1일 잠실 LG전서 5이닝 7안타 6실점으로 부진을 보였다. 이날 경기 전에 이만수 감독은 "레이예스가 변화구로만 승부하려다 직구를 가운데 꽂는 바람에 난타를 당했다. 강약조절도 중요한데 변화구 제구력을 살려야 하고, 자신의 강점인 직구 구사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감독은 경기전 조웅천 투수코치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레이예스에게 전달했다.

레이예스는 1회부터 주무기인 직구와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삼았다. 선두 정근우를 낮게 떨어지는 140㎞짜리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이양기와 피에는 각각 147㎞, 146㎞ 직구로 각각 땅볼로 처리했다.

2회에는 체인지업을 섞었다. 김태균은 코너워크 위주의 풀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 137㎞ 슬라이더로 우익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냈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정현석은 147㎞짜리 강력한 직구로 3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최진행은 134㎞ 체인지업으로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3회 1사 1루서는 정범모를 137㎞짜리 낮게 깔리는 슬라이더로 3루수 병살타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한화가 맞춤형 타선으로 나섰지만, 강약조절과 낮은 제구로 감을 잡은 레이예스를 공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4회 선두 정근우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기회를 만들었으나 이양기가 성급한 승부한 벌이려다 144㎞ 낮은 직구에 유격수 병살타로 물러나면서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 5회에는 선두 김태균이 모처럼 중월 2루타를 날렸으나, 정현석 최진행 송광민이 모두 땅볼로 아웃됐다. 이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진루타가 나오지 않았다. 레이예스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한화 타자들은 슬라이더, 체인지업 승부에 타이밍을 전혀 잡지 못했다.

한화는 7회 투구수 70개를 넘긴 레이예스를 상대로 안타 1개와 볼넷 2개를 얻어 1득점했지만, 대세는 이미 기운 후였다. 성급한 타격 말고도 수비에서 4차례 실책을 범하며 SK에게 기회를 제공한 것도 공격서 활로를 뚫는데 독이 됐다. 레이예스는 8이닝 3안타 1실점으로 팀의 8대1 승리를 이끌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인천=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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