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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구성원들은 새 외국인선수 테임즈만 보면 힘이 난다.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나 구단 프런트 모두 같은 생각이다.
아담의 발언을 들어보면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전쟁에 대한 불안감으로 언제든 배를 타고 도망갈 준비를 해야 했다거나, 나이가 많으면 어린 선수들에게 물 심부름을 시키고 말을 듣지 않으면 때릴 수 있다는 식의 얘기였다.
또한 '외딴 곳'에 떨어진 창원을 연고지로 한 팀에서 뛰었다면서 제공받은 숙소가 계약시 약속했던 조건과 다르다며 불평했다.
물론 지금껏 살아온 환경이 다른 '외국인'이기에 가치관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아담은 그들과 어울리는 대신, 스스로 '이방인'이 되는 걸 선택했다.
아담 외에도 동료들과 어울리는 걸 싫어한 외국인선수들은 많았다. 한국야구를 깔보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보통의 경우, 이들의 끝은 좋지 않았다. 외국인선수의 성공 여부를 좌지우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적응력'인 셈이다.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후 16년이 지난 현재 경험으로 검증된 결과다.
아담과 함께 입단한 찰리와 에릭을 보자. 이들은 국내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면서 '동료'로서 감정을 공유했다. 아담이 소프트볼 같았다고 비꼬았던 그 장면에서도 찰리와 에릭은 동료들과 함께 1구, 1구에 환호했다.
'이기적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 같은 투수라도 각자의 성격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 무대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절박함부터 달랐다. 찰리나 에릭은 동료들에게 신망을 얻는 게 자신이 성적을 내기 위한 최우선 조건이란 걸 알고 있었다.
이제 한국야구도 한 수 아래로 볼 쉬운 리그가 아니다. 외국인선수들의 의식도 바뀌어가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동료들과 어울리는 데 적극적이다. 이들은 팀과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2년째 NC와 함께 하고 있는 찰리나 에릭, 그리고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고 있는 테임즈가 가까운 예다.
테임즈는 한국에서 첫 경기였던 지난 8일 시범경기 개막전을 치른 뒤, "열성적인 팬들의 응원 분위기나 야구장 환경 등 모든 게 마음에 든다"며 활짝 웃었다. 단순한 립서비스일 수도 있지만, 쌀쌀한 날씨 속에서 열린 시범경기임에도 1만명이 넘게 찾은 마산구장의 열기는 분명 이색적이었을 것이다.
테임즈의 실력은 이미 검증돼 있다.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팀의 '네번째 외야수'로 뛰고, NC와 계약 전까지 40인 로스터에 있을 정도로 전도유망했다.
하지만 테임즈는 한국야구를 깔보지 않았다. 오히려 스프링캠프 때부터 적극적으로 준비했다. 훈련에서 자유로운 외국인선수임에도 추가 훈련을 자청할 정도로 성실함을 보였다. 국내 선수들에게 모범이 될 정도였다. 그는 "한국에는 오버핸드 외에 다양한 팔각도를 가진 투수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에 맞춰 다양한 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무대 한국에서 뛰게 돼 분위기 전환차 턱수염을 길러봤다는 테임즈. 한국에 온 뒤 가장 좋은 건 무엇일까. 그의 입에선 '커피와 와플'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의외였다.
테임즈는 "숙소로 배정받은 아파트 근처에 커피와 와플을 파는 가게가 있는데 너무 맛있어서 매일 먹고 있다"고 했다. 주변 환경이 너무 만족스럽다는 말도 늘어 놓았다.
테임즈가 머물고 있는 아파트는 지난해 아담이 있었던 곳과 같다. 테임즈와 마찬가지로 혼자 사는 찰리는 2년 연속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부인과 자녀가 있는 에릭과 새 외국인투수 웨버만이 좀더 평수가 넓은 아파트로 갔을 뿐이다.
아담이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던 그 아파트, 테임즈는 그 환경도 너무 좋은 모양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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