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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약하다고?' LG 포수 윤요섭-최경철 스토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2-27 08:08


윤요섭  사진제공=LG트윈스

LG는 2014 시즌 우승에 도전한다. 투수도, 야수도 능력있는 선수들이 많아 충분히 우승 전력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단 한 포지션에서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포수다. 롯데엔 강민호가 있고 삼성에는 진갑용이 있다. 다른 팀들도 확실한 간판 포수들이 있다. 하지만 LG는 사정이 다르다. 타격에 전념하며 한동안 포수 미트를 끼지 않았던 윤요섭이 지난 시즌 주전 포수로 안방을 지켰다. 현재윤이 부상에 시달리자 최경철을 급하게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유망주 조윤준은 성장세가 더디다. 이번 시즌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윤요섭-최경철이 LG 안방을 지킨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는 절대 약하지 않다"며 이를 악문다. 2014 시즌 LG 안방을 든든하게 지킬 두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윤요섭의 포수 지론 "포수는 투수가 키우는 것"

타격 능력은 여느 포수들에 비해 뛰어나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포수로 뛴 경기가 거의 없었다. 길고 긴 지명타자의 터널을 지나 지난해 본격적으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때문에 조금은 투박한 미트질, 블로킹 능력 등에 사람들은 의문 부호를 단다. 실제로 다른 포수들에 비해 실력이 부족할 수도 있고,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기에 더욱 부정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윤요섭은 세상의 이런 평가에 신경쓰지 않는다. 윤요섭은 "송구, 블로킹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나는 포수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다른데 있다고 생각하며 경기, 훈련에 임한다"고 말했다. 무엇일까. 윤요섭은 "포수가 경기를 지배하는 포지션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포수 능력은 투수들이 키워주는 것이다. 포수가 아무리 무엇을 하려 해도 투수가 공을 잘 던져주지 못하면 팀이 이길 수 없다"며 "나는 투수가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좋은 공을 던지게 할까 만을 생각한다"고 밝혔다. 투수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 느낌을 캐치해는 게 포수의 가장 큰 숙제고 역할이라고 밝혔다.

일화가 있다. 지난해 9월 13일 잠실 KIA전. 우규민이 10승 도전에 나서는 중요한 경기였다. 윤요섭은 이날 경기에서 우규민에게 연속 14개 커브 사인을 냈다. 상대 타자들의 허를 찌르는 볼배합이기도 했고, 조금은 무모한 선택으로도 볼 수 있다. 윤요섭은 이에 대해 "당시 커브가 정말 좋았다. 그리고 투수도 커브에 자신감을 갖고 계속 던지고 싶어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렇게 사인을 내봤다"고 설명했다. 결국 우규민은 이날 경기 승리로 10승 투수 반열에 올랐다.

또 하나 숨겨진 얘기. 사실, 윤요섭은 지난해 말할 수 없는 통증을 참아가며 경기에 나섰다. 오른쪽 팔꿈치는 공을 던질 때마다 욱신거렸고, 왼 엄지는 리즈의 공을 받다 다쳐 주먹을 쥐지도 못했다. 때문에 타격, 송구에서 애를 먹었다. 그래도 끝까지 참고 뛰었다. 일생일대의 기회에서 넘어질 수 없었다. 그렇게 고비를 넘겼다. 윤요섭은 신인급 선수들이 가는 일본 고지 마무리 훈련에 가겠다며 떼를 썼다. 하지만 구단은 이제 주전 포수로 거듭날 선수를 아껴야 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따뜻한 사이판에서 재활에 몰두했다. 이제는 크게 아프지 않다고 한다. LG 장광호 배터리 코치는 "송구와 인사이드워크가 매우 좋아졌다. 이번 캠프에서 기본기 보강에 더욱 힘을 썼다. 경험이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올해 많이 성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 중인 LG 트윈스 선수단이 20일 일본 오키나와 나하 셀룰러 스타디움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연습경기를 가졌다. LG 최경철
오키나와(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2.20
최경철의 무한도전 "마지막이라는 각오다"

현재윤이 수술 후 재활 때문에 5월까지는 출전을 못한다. 최경철이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행히,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핫한 선수가 최경철이다. 수비는 원래 잘했다. 그런데 방망이까지 뜨겁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벌써 홈런을 터뜨렸고, 확실히 향상된 컨택트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경철은 "특별히 기술적으로 달라진 건 없지만, 정신적인 부분을 많이 보강했다. 그래서 타격감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쑥쓰럽게 웃었다.

최경철은 2004년 프로에 데뷔한 후 단 한 시즌도 주전으로 뛰어본 적이 없다. 말그대로 백업 인생이었다. 견실한 수비능력과 리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타격에서 약점을 노출했다. 또, 첫 소속팀 SK가 워낙 포수진이 좋기도 했다. 그렇게 2012 시즌 넥센으로 적을 옮겨 이름을 알렸고, 지난 시즌 도중 LG 유니폼을 입고 좋은 역할을 해줬다.

LG행은 최경철에게 좋은 기회가 됐다. 윤요섭과 경쟁을 하는 사이이기도 하지만 공생을 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윤요섭이 아직은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에 최경철의 역할이 중요하다. 윤요섭은 "경철이형이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 그게 오히려 나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하는 이유다.

최경철도 이를 악물었다. 최경철은 "그동안 기회가 없던게 아니었다. 그 기회를 내가 잡지 못했다"며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올시즌을 준비중이다. 팀이 우승하는데 꼭 역할을 하고 싶다. 그리고 떳떳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최경철은 LG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성실한 훈련태도로 코칭스태프의 칭찬을 받고있다.

장광호 코치는 최경철에 대해 "사실 시즌 후 마무리 훈련은 신인급 선수들 위주로 간다. 그런데 경철이에게 '내년 기회가 많아질 것이니 잘 준비해보자'라고 독려하며 마무리 캠프에 데려갔다"며 "지난 11월부터 정말 목숨을 걸고 야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코치는 "실력으로만 보면 어느 팀에 가도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다. 다만, 그동안 자기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 최경철의 활약을 확신한다. 기대해달라"라고 말했다.

장 코치는 마지막으로 "주변에서 LG 포수진이 약하다고들 하는데,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오키나와(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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