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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홈런과 100타점은 강타자의 지표이다. 넥센 박병호는 2012~2013년, 두 시즌 연속 이 기록을 달성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섰다. 삼성 이승엽은 30홈런-100타점을 역대 최다인 5시즌이나 기록했다. 홈런을 잘 치는 타자가 타점도 많기 마련이다. 박찬호가 에이스로 성장하던 90년대 후반 LA 다저스의 4번 타자는 에릭 캐로스였다. UCLA를 나온 그는 1992년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메이저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캐로스가 주목을 받은 것은 투수 중심의 야구를 하는 다저스에 화끈한 홈런포를 선사했기 때문이다. 1995~1997년까지 3년 연속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2할6푼~2할7푼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지만, 다저스의 중심타자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 3일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 최 정과 스캇은 각각 2안타, 3안타를 때리며 올시즌 SK 중심타선의 부활을 알렸다. 경기 후 이만수 감독은 "올시즌 중심타선에서 활약할 두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 감독은 3번 최 정, 4번 스캇으로 중심타선을 꾸릴 계획이다.
SK의 홈인 인천 문학구장은 펜스까지의 거리가 좌우 95m에 중앙 120m로 비교적 작은 편에 속한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중 하나다. 두 선수에게 동반 30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확실한 동기부여책이 있기 때문이다. 최 정은 올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다. 거포 이미지를 다시 한 번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시즌이 끝나면 그에게 달려들 팀이 한두곳이 아니다. 스캇은 홈런과 타점에 따른 보너스 조항이 있다. 지난해 탬파베이에서 275만달러의 연봉을 받은 그에게 SK가 기대하는 것은 확실한 대포 한 방이다.
SK는 스캇이 합류함에 따라 최 정이 중심타선에서 홀로 고군분투했던 최근 양상에서 벗어나 득점력도 배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최 정은 지난해 타율 생애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지만, 뒤에서 받치는 타자가 마땅치 않아 상대의 지나친 견제를 받았다. 5년 연속 20사구 이상을 기록한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이제 스캇이라는 강력한 거포가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훨씬 '좋은' 공을 상대할 확률이 높아졌다. 10년만에 SK에서 30홈런 타자가 등장할 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중 하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