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다나카의 ML행, 오승환과 닮았네. 모기업 이미지 때문에...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3-12-26 10:31


미국의 메이저리그는 철저하게 비즈니스 마인드로 구단을 운영한다.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난다. 모기업에서 돈을 받아 쓰는 것이 아니라 야구단 운영으로 수익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은 그렇지 못하다. 수익을 내는 구단도 있지만 대부분은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다.

팀 이름에 모기업명을 쓴다. 야구단의 이미지가 모기업, 그룹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렇기에 어떤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릴 때 비즈니스 마인드가 아니라 이미지를 고려할 때가 더 많다.

일본프로야구 라쿠텐이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한 것도 비즈니스마인드로는 OK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스포츠닛폰은 26일 라쿠텐의 결정에 대해 "금전적 마이너스보다 이미지 하락을 걱정했다"고 보도했다. 라쿠텐의 타치바나 사장은 다나카를 포스팅한다고 밝히면서 "일본 최고 선수로서 타당한 금액인가"라고 했다. 금전적으론 절대 보낼 수 없다는 아쉬움을 표한 것.

메이저리그와 새롭게 체결한 포스팅시스템으로는 다나카를 미국으로 보내는 적정 이적료를 받을 수 없었다. 마쓰자카 다이스케나 다르빗슈 유 등 이전 포스팅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때 세이부와 니혼햄이 받은 이적료는 5000만달러(약 529억원)를 넘었다. 하지만 새 포스팅시스템은 2000만달러(약 211억원)로 상한선이 정해졌다. 라쿠텐은 무려 3000만달러(약 318억원) 이상을 손해보는 셈이다. 그럴바엔 차라리 다나카가 해외 FA 자격을 갖출 때까지 팀 우승을 위해 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실제로 라쿠텐은 다나카를 잔류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구단의 이미지와 함께 모기업의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포츠닛폰은 팀을 창단 9년만에 첫 재팬시리즈 우승을 이끈 공로자를 금액이 낮다고 반대하면 모회사인 라쿠텐을 비롯한 그룹 전체의 이미지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걱정에 결국 허락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올시즌 3년 연속 통합 우승의 주역 중 하나인 오승환을 일본의 한신 타이거즈로 보냈다. 1년 더 한국에서 뛰게 할 수 있었지만 3년 연속 우승을 한 터라 더 오승환을 붙잡을 수 없었다. 오승환을 이적시키면서 이적료도 5000만엔만 받았다. 국내에서 오승환을 현금트레이드시킨다면 얼마를 받아야할까.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큰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구단은 돈을 생각할 수 없었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인데 적은 액수로 이적을 시킬 수 밖에 없는 라쿠텐이나 삼성의 모습이 무척이나 닮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다치바나 사장과 면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다나카. 사진캡처=스포츠닛폰 인터넷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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