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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38세’ 이승엽, ‘몸쪽’ 딛고 부활할까?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12-10 11:03



2013 프로야구의 패자는 삼성이었습니다. 페넌트레이스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3년 연속 일궈내는 사상 최초의 업적을 세운 것입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3년 연속 우승에 도달하는 삼성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페넌트레이스 종반까지 2위권 팀과의 승차를 벌리지 못해 매직 넘버가 줄지 않아 초조한 레이스를 펼쳤습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의 거센 도전에 1승 3패로 몰려 우승 트로피를 내주기 일보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삼성이 내용적으로 어려운 시즌을 보낸 이유 중 하나는 이승엽의 부진과 맞물려 있습니다. 이승엽은 타율 0.253, 13홈런, 69타점을 기록했습니다. 두 자릿수 홈런에서 드러나듯 거포의 면모는 여전했지만 2할 대 중반의 타율은 이승엽에게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올해 이승엽의 타율은 1995년 데뷔 이후 국내 무대에서 기록한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득점권 타율도 0.218로 저조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뜨릴 것만 같은 해결사 이승엽의 본능과는 거리가 먼 기록이었습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부진에도 불구하고 4번 타순에 꾸준히 배치하며 그에 대한 믿음을 과시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이승엽의 부진으로 인해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 등 막강 중심 타선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공격 흐름은 번번이 끊어졌습니다.

이승엽이 힘겨운 시즌을 보낸 이유는 몸쪽 승부에 대한 약점이 분명히 노출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던 시절 왼손 엄지손가락을 수술한 이후 상대 투수들의 집요한 몸쪽 승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이승엽의 약점을 이제는 국내 투수들도 파고들고 있습니다. 몸쪽 직구를 붙여 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끈 뒤 몸쪽 떨어지는 변화구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패턴은 이승엽과 상대하는 '정석'이 되었습니다. 반면 그의 몸쪽 약점을 모르거나 제구가 정교하지 않은 투수들을 상대했던 아시아시리즈에서는 맹타를 휘두른 바 있습니다.

올 프로야구의 화두 중 하나는 베테랑들의 맹활약이었습니다. LG 이병규가 만 39세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타격왕에 등극했고 NC 이호준과 두산 홍성흔의 활약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따라서 이승엽도 내리막에 접어들었다고 단정 짓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이승엽은 9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2012년 타율 0.307, 21홈런, 85타점을 기록하며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관중 동원의 견인차 역할을 한 바 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 이승엽의 활약은 프로야구의 흥행 여부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만일 이승엽이 몸쪽 승부에 대한 약점을 계속 노출해 부진이 내년 시즌에도 이어진다면 타격 스타일의 변화까지 고심해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38세가 될 이승엽이 화려하게 부활해 '국민 타자'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될 것입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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