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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시즌을 정리하는 연말 시상식. 넥센 박병호가 모든 큰 상을 휩쓸며 상종가를 치고 있는 가운데, 조용한 우량주도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주인공은 LG 차명석 코치다. 그런데 상복 터진 차 코치의 사연이 참 기뻐보이면서도 서글프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의 달콤한 시간에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다. 정말 힘들게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코치로 거듭났다. 그런데 정점에 올라온 상황에서 그 명예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실력이 모자라서도 아니고, 모난 행동을 해서도 아니다. 그래서 서글프다.
차 코치는 내년 시즌 3군(재활군 중심) 총괄 코치로 자리를 옮긴다. 처음 이 소식을 들은 팬들은 황당하다는 보였다. 오죽했으면 "내려갈 이유가 없다. 김기태 감독과 불화가 생긴 것 아닌가"라는 황당한 소문까지 났을 정도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무근. 내년 7월까지 안정적으로 휴식을 취할 심산이다. 7월은 차 코치가 신장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지 1년이 되는 때다. "수술 후 1년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주치의의 충고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차 코치도 사람이다. 사람은 욕심이 있다. 정말 힘겹게 최고의 자리에 올랐는데,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은 심적 고통을 안길 수밖에 없다. 자신을 끝까지 믿고 지지해준 김기태 감독에게도 죄를 짓는 마음이라 마음 고생이 더 심하다. 하지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다. 차 코치는 "몸이 건강하지 못하다면 감투가 무슨 소용인가. 당장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멀리 내다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어려운 문제다. 만약, 새로운 코치 체제 하에 LG가 내년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치자. 그렇다면 쉽게 코칭스태프 개편을 할 수 없다. 즉, 차 코치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도 언제 1군에 올라올지 기약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차 코치는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내 보직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내년 시즌에도 팀이 잘나가기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