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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팀서 사상 첫 MVP, 발렌틴의 특별한 60홈런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11-27 08:41 | 최종수정 2013-11-27 08:41


꼴찌 팀에서 MVP 배출. 70년이 넘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사상 최초다. 올 시즌 60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오사다하루(왕정치)를 넘어 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수립한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주인공이다.

발렌틴은 26일 도쿄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센트럴리그 MVP를 수상했다. 퍼시픽리그 수상자는 24연승에 빛나는 라쿠텐 이글스의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 홈런과 연승으로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두 선수가 나란히 수상대에 오른 것이다. 라쿠텐을 창단 후 처음으로 퍼시픽리그, 재팬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다나카는 기자단 투표에서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발렌틴의 수상은 조금 특별했다. 그는 1964년 '세계의 홈런왕' 오사다하루가 기록한 55홈런을 가볍게 넘었다. 홈런신드롬을 일으키며 홈런열풍을 몰고 왔다. 워낙 홈런 임팩트가 강하다보니 경쟁 상대가 될만한 선수도 없었다.

그런데 발렌틴의 소속팀 야쿠르트는 올 해 센트럴리그 최하위 팀이다. 5위 요코하마 DeNA에 5.5게임이나 뒤진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지금까지 양대리그를 통틀어 최하위 팀에서 MVP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일본 프로야구의 경우 우승팀 소속 선수가 MVP를 받는 경우가 많다. 개인 성적과 함께 팀 성적이 수상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야쿠르트는 꼴찌팀인데도 신인왕 오가와 야스히로에 MVP까지 배출했다.

지난해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MVP, 서건창이 신인왕에 올랐는데, 히어로즈는 8개 팀 중 6위였다.

국내 프로야구 처럼 일본도 외국인 선수는 시즌 종료 직후 소속 국가로 돌아간다. 1월 중순이나 2월 초 전지훈련에 합류해 8~9개월 타지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그럴만도 하다. 시즌이 끝나고 한참 후에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발렌틴은 모국인 카리브해의 네덜란드령 큐라소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도쿄에 도착했다. 27시간이 넘는 여정 끝에 시상식에 참석한 것이다. 발렌틴은 이날 오전 9시30분에 도착해 기자회견, 구단 종무식, 시상식으로 이어지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발렌틴은 한 해 동안 응원해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어 참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발렌틴은 이날 상금을 550만엔 받았는데, 절반을 큐라소 아이들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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