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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가 주도하는 홈런왕 경쟁, 내년에는?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3-11-05 12:39


4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013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최우수선수(MVP)와 최우수신인선수, 각 부문별 시상식'이 열렸다. MVP를 수상한 박병호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삼성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야구는 투수의 놀음이요, 숫자의 놀음이다.

숫자에 미치고, 숫자에 열광하며, 숫자에 착각한다. 기록의 경기이기 때문이다. 넥센 박병호가 2013년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로 뽑혔다. 박병호는 4일 열린 MVP 시상식 무대에서 "이승엽 선배의 잠자리채 열풍을 저를 포함한 우리 홈런타자들이 하루빨리 재현하기를 바라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올시즌 37개의 홈런을 치며 2년 연속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홈런 수치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부족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도대체 몇 개의 홈런을 쳐야 선수 본인이나 팬들이 만족감을 나타낼 것인가에 관한 논의는 이승엽 이후 계속됐다. 이승엽이 한 시즌 최다인 56홈런을 친 지 10년이 흘렀다. 그 사이 이승엽은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한국인의 기상을 드높였지만, 국내 프로야구 거포 계보는 사실상 끊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대호가 지난 2010년 8경기 연속 홈런을 포함해 44홈런을 치며 붐을 일으켰지만, 그 역시 2011년 시즌을 끝으로 일본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나타난 홈런타자가 박병호다. 박병호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즌은 2011년이었다. LG에서 쫓겨나듯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박병호는 곧바로 주전자리를 꿰차며 그해 후반기에만 13개의 홈런을 날렸다. 파워에 관해서는 이견이 없는 최고 수준의 박병호가 박흥식 타격코치를 만나면서 홈런에 관해 눈을 뜬 것이었다. 박 코치는 90년대 중반 이승엽을 홈런타자로 만든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다.

기세를 몰아 2012년 31홈런을 치며 생애 최초로 공격 부문 개인타이틀을 차지하며 MVP에 오른 박병호는 올시즌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등 타격 4관왕에 오르며 자신이 '1년 반짝'한 선수임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날 박병호는 "MVP를 두 번째로 타니까 이제 주위에서는 '3년은 해야 인정받는다'는 말을 한다. 그래서 내년이 더 부담된다"고 밝혔다. 박병호 스스로 초심을 지키겠다는 의미를 강조한 말이다.

그러면서 박병호는 "나는 원래 목표를 숫자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보시는 분들은 재미있겠지만, 선수 본인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라며 내년 목표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박병호의 마음 속에는 이제 '40홈런'이 자리잡게 됐다. 본인이 아니라고 해도 31개, 37개의 홈런을 쳤으니, 다음 단계가 40홈런임은 자연스러운 기대치다.

박병호가 내년 시즌 40홈런을 치게 된다면 반가워할 사람은 당연히 이승엽이다. 이승엽은 올시즌 내내 한국 프로야구의 홈런 타자 계보에 대해 "지금은 박병호 아니겠는가"라며 칭찬을 쏟아냈다. SK 최 정, 삼성 최형우, KIA 나지완, 한화 최진행 등이 내년에도 홈런 퍼레이드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래도 선두 주자는 박병호다.

하지만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내년에는 외국인 선수 엔트리가 3명으로 늘어 구단마다 타자 1명을 보유하도록 하는 규정이 유력하게 추진중이다. 외국인 거포가 들어온다는 이야기다. 최근 투수 일색의 외국인 선수 구성 현상이 줄어들 것이며, 화끈한 방망이 실력을 지닌 외국인 타자가 박병호를 비롯한 국내 거포들과 경쟁을 하게 된다는 의미다. 내년 시즌 홈런 경쟁이 더 흥미로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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