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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투수의 놀음이요, 숫자의 놀음이다.
그리고 나타난 홈런타자가 박병호다. 박병호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즌은 2011년이었다. LG에서 쫓겨나듯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박병호는 곧바로 주전자리를 꿰차며 그해 후반기에만 13개의 홈런을 날렸다. 파워에 관해서는 이견이 없는 최고 수준의 박병호가 박흥식 타격코치를 만나면서 홈런에 관해 눈을 뜬 것이었다. 박 코치는 90년대 중반 이승엽을 홈런타자로 만든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다.
기세를 몰아 2012년 31홈런을 치며 생애 최초로 공격 부문 개인타이틀을 차지하며 MVP에 오른 박병호는 올시즌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등 타격 4관왕에 오르며 자신이 '1년 반짝'한 선수임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날 박병호는 "MVP를 두 번째로 타니까 이제 주위에서는 '3년은 해야 인정받는다'는 말을 한다. 그래서 내년이 더 부담된다"고 밝혔다. 박병호 스스로 초심을 지키겠다는 의미를 강조한 말이다.
박병호가 내년 시즌 40홈런을 치게 된다면 반가워할 사람은 당연히 이승엽이다. 이승엽은 올시즌 내내 한국 프로야구의 홈런 타자 계보에 대해 "지금은 박병호 아니겠는가"라며 칭찬을 쏟아냈다. SK 최 정, 삼성 최형우, KIA 나지완, 한화 최진행 등이 내년에도 홈런 퍼레이드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래도 선두 주자는 박병호다.
하지만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내년에는 외국인 선수 엔트리가 3명으로 늘어 구단마다 타자 1명을 보유하도록 하는 규정이 유력하게 추진중이다. 외국인 거포가 들어온다는 이야기다. 최근 투수 일색의 외국인 선수 구성 현상이 줄어들 것이며, 화끈한 방망이 실력을 지닌 외국인 타자가 박병호를 비롯한 국내 거포들과 경쟁을 하게 된다는 의미다. 내년 시즌 홈런 경쟁이 더 흥미로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