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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LG, '잔루의 데미지'를 극복할 수 있던 이유는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10-17 21:39 | 최종수정 2013-10-18 08:21


1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과 LG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2사 2루서 2루주자 박용택이 김용의의 우전 안타때 홈에 뛰어들어 아웃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10.17.

야구에서 공격의 목표는 결국 집(홈)을 떠난 주자를 다시 집(홈)으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대보다 1명이라도 많은 주자를 홈에 불러들이면 승리한다. 단순한 얼개다.

하지만 이게 결코 간단하지 않다. 수비의 목표 또한 분명하기 때문이다. 수비의 1차 목표는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데 있고, 2차 목표는 누상에 나간 주자가 다시 홈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야구 경기는 이 상반된 목표가 서로 부딪히며 전개된다.

이런 과정의 부산물이 바로 '잔루'다. 메이저리그식 표현으로는 L.O.B(Left On Base)라고 한다. 누상에는 나갔지만, 공격 이닝이 끝날 때까지 결국 홈에 들어오지 못한 '집에서 나가기만 한 주자들'이다. 결국 잔루가 많다는 것은 해당 팀이 수많은 득점 찬스를 무산시키며 매우 답답한 경기를 풀어갔다는 뜻이다. 자연스레 잔루를 많이 기록한 팀이 이길 수 있는 가능성 역시 줄어든다. 쌓이면 쌓일수록 독이 되는 '잔루의 데미지'다.

하지만 17일 잠실구장에서 두산과 플레이오프 2차전을 치른 LG는 '잔루의 데미지'를 벗어났다. 무려 12개의 잔루를 기록하고도 2대0으로 이겼다. 잔루 수에서 두산(2개)보다 무려 6배나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웃은 것은 LG였다. 많은 기회를 놓쳤지만, 단 한번의 찬스에서 결승점을 뽑은 결과다.

이날 LG는 두산 선발 이재우의 제구력 난조를 틈타 초반부터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1회 선두타자 박용택의 좌전안타와 희생번트로 1사 2루 기회를 잡은 LG는 3번 이진영이 포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4번 정성훈이 볼넷을 얻어내 2사 1, 2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5번 이병규(9)가 삼진을 당해 첫 번째 득점 기회를 날렸다.

하지만 두 번째 기회에서는 득점에 성공했다. 2회 선두타자 이병규(7)와 오지환이 연속 볼넷을 얻어내 무사 1, 2루가 됐다. 손주인의 안전한 희생번트로 1사 2, 3루가 되며 더 쉬운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여기서 9번 윤요섭의 우익수 희생플라이와 박용택의 적시 2루타로 손쉽게 2점을 먼저 뽑았다.

그러나 이후 LG 공격은 답답했다. 거의 매 이닝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지만, 결정타가 안 나왔다. 마치 꽉 막힌 러시아워의 정체구간을 보는 듯 했다. 3회 2사 만루, 4회 1사 2, 3루, 5회에도 2사 1, 2루. 6회에는 1사 3루. 그리고 8회에도 1사 3루 등 수차례 찬스를 놓쳤다. 홈에서 태그아웃된 경우만 3차례(4회, 6회, 8회)다. 이 과정에서 쌓인 잔루가 무려 12개나 됐다.

보통 이렇게 공격이 안 풀리면 추격하는 팀에 덜미를 잡히기 십상이다. 두산 입장에서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계속 넘기면서 '한 번쯤은 우리에게 기회가 오겠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두산의 희망은 결국 헛된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하필 이날 LG 마운드에는 8이닝 동안 안타 1개와 볼넷 2개 밖에 내주지 않은 리즈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산이 좋은 수비로 LG의 득점을 막아내며 잔루수를 늘렸지만 결국 경기를 뒤집는 데는 실패한 이유, 그리고 LG가 무려 12개나 되는 잔루를 기록하고도 이길 수 있던 이유. LG는 '리즈 효과'덕분에 '잔루의 데미지'를 극복할 수 있었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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