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에서 공격의 목표는 결국 집(홈)을 떠난 주자를 다시 집(홈)으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대보다 1명이라도 많은 주자를 홈에 불러들이면 승리한다. 단순한 얼개다.
하지만 17일 잠실구장에서 두산과 플레이오프 2차전을 치른 LG는 '잔루의 데미지'를 벗어났다. 무려 12개의 잔루를 기록하고도 2대0으로 이겼다. 잔루 수에서 두산(2개)보다 무려 6배나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웃은 것은 LG였다. 많은 기회를 놓쳤지만, 단 한번의 찬스에서 결승점을 뽑은 결과다.
이날 LG는 두산 선발 이재우의 제구력 난조를 틈타 초반부터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1회 선두타자 박용택의 좌전안타와 희생번트로 1사 2루 기회를 잡은 LG는 3번 이진영이 포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4번 정성훈이 볼넷을 얻어내 2사 1, 2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5번 이병규(9)가 삼진을 당해 첫 번째 득점 기회를 날렸다.
그러나 이후 LG 공격은 답답했다. 거의 매 이닝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지만, 결정타가 안 나왔다. 마치 꽉 막힌 러시아워의 정체구간을 보는 듯 했다. 3회 2사 만루, 4회 1사 2, 3루, 5회에도 2사 1, 2루. 6회에는 1사 3루. 그리고 8회에도 1사 3루 등 수차례 찬스를 놓쳤다. 홈에서 태그아웃된 경우만 3차례(4회, 6회, 8회)다. 이 과정에서 쌓인 잔루가 무려 12개나 됐다.
보통 이렇게 공격이 안 풀리면 추격하는 팀에 덜미를 잡히기 십상이다. 두산 입장에서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계속 넘기면서 '한 번쯤은 우리에게 기회가 오겠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두산의 희망은 결국 헛된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하필 이날 LG 마운드에는 8이닝 동안 안타 1개와 볼넷 2개 밖에 내주지 않은 리즈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산이 좋은 수비로 LG의 득점을 막아내며 잔루수를 늘렸지만 결국 경기를 뒤집는 데는 실패한 이유, 그리고 LG가 무려 12개나 되는 잔루를 기록하고도 이길 수 있던 이유. LG는 '리즈 효과'덕분에 '잔루의 데미지'를 극복할 수 있었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