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이 승부를 원점으로 만든 4차전. 가장 의외의 카드는 8회 더스틴 니퍼트의 전격 투입이었다.
데자뷰는 없다
사실 대부분 5차전까지 갈 경우 니퍼트가 선발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1승2패로 두산이 몰려있는 상황. 2-1의 리드, 그리고 8회였다. 사흘 만에 등판한 니퍼트의 공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150㎞를 넘나드는 패스트볼과 예리한 커브가 조화를 이뤘다. 물론 넥센 타선의 극심한 부진도 니퍼트 호투에 한 몫을 했다. 결국 지난해 아픈 기억은 데자뷰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니퍼트는 값진 경험으로 승화시켰다.
니퍼트와 목동의 상관관계
사실 두산은 4차전을 지면 끝이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상황 만으로 니퍼트 투입이라는 초강수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일단 기본적으로 두산 중간계투진 중에는 1점차 리드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가 부족했다. 윤명준이 있었지만, 이미 3차전에서 36개의 투구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준플레이오프에서 좋지 않은 정재훈과 2차전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홍상삼을 쉽게 마운드에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쓸 수 있는 카드는 니퍼트가 가장 믿을 만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5차전이다. 4차전을 잡고 목동으로 간다고 해도 믿을 만한 선발이 없다면 쉽지 않은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 두 가지 요소가 작용했다. 일단 니퍼트와 목동의 궁합이다. 두산 코칭스태프는 "니퍼트가 목동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낮경기는 더욱 그렇다"고 했다.
니퍼트가 한국에 온 뒤 목동에서 치른 경기는 단 1게임에 불과했다. 기록은 7이닝 6피안타 무실점으로 괜찮았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니퍼트는 6이닝 6피안타 4사구 5개를 허용하며 3실점했다. 역시 좋지 않았다.
또 하나, 하루 쉬고 14일부터 열리는 5차전 선발 대안이 있었다. 2차전에서 넥센의 강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던 유희관이다. 유희관은 4일을 쉬고 5차전에 나올 수 있다. 장타에 대한 압박에도 여유로운 유희관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니퍼트를 4차전에 써도 괜찮은 상황. 이같은 복합적인 요소들 때문에 니퍼트의 4차전 마무리 카드가 나왔다. 그리고 승부는 원점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