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KIA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KIA 선동열 감독이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9.05.
내년에도 KIA 뒷문을 외국인 투수가 틀어막게 될까.
지금 KIA 선동열 감독의 머릿속은 매우 복잡하다. 여러 후보군을 시험하며 내년 시즌 리빌딩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군 입대 선수와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까지도 함께 생각하고 있다.
특히 내년 시즌 마운드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다. 선발진과 필승조 그리고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두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그래서 최근 송은범이나 박경태, 임준섭 등에 대한 선발테스트가 심도 깊게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 최근 3경기에서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한승혁도 시즌 종료 전에 한 차례 정도 선발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있다. 바로 내년 시즌 팀의 뒷문을 지켜줄 소방수로 누구를 쓸 것인지에 관한 결정이다. 지난해 선 감독이 부임 이후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달렸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난제다.
선 감독은 이에 대해 26일 광주 롯데전을 앞두고 "예전에는 2세이브를 1승으로 쳤지만, 최근에는 점점 더 세이브의 중요성이 커져서 이제는 1세이브가 1승이나 마찬가지다. 계속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팀을 보면 확실한 마무리가 승리를 지켜주지 않나. 그런 강한 마무리가 있어야 팀이 살아난다"고 말혔다.
11일 광주무등구장에서 2013프로야구 KIA와 NC의 주중 3연전 첫 경기가 열렸다. 8회 2사 1,3루 위기에서 등판한 앤서니가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광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6.11
그렇다면 내년에는 과연 어떤 인물이 KIA의 마무리가 될 수 있을까. 현재 선 감독은 올해 시도했던 것처럼 외국인 투수에서 그 해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토종 선수 중에서 김진우를 내년에 마무리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김진우의 몸상태가 마무리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선 감독은 "아무래도 내년에도 외국인 선수 중에서 마무리 후보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올해 초, 선 감독은 지난해 선발로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던 외국인 투수 앤서니 르루를 마무리로 보직변경한 적이 있다. 앤서니는 20세이브를 올렸지만, 마무리 경험이 없다보니 중요한 순간에 늘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결국 앤서니는 시즌 중반 퇴출됐고, 에이스 윤석민이 그 자리를 맡았다.
하지만 윤석민은 올해를 끝으로 FA자격을 얻게 된다. 여전히 메이저리그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고, 설령 이에 실패한다고 해도 다른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결국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다른 마무리를 정해야 하는데, 외국인 선수가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김진우의 마무리 변신설이 제기됐지만, 몸상태가 여의치 못하다. 선 감독은 "김진우를 마무리 투수감으로 생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팔꿈치와 어깨 상태가 늘 대기하다가 바로 투입돼야 하는 마무리 투수에 적합치 않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선 감독의 생각도 '외국인 마무리'로 선회한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투수 중에서 마무리를 맡을 만한 선수가 흔치 않다는 게 또 다른 고민이다. 지금껏 외국인 마무리가 성공한 사례도 거의 없다. KIA도 이미 한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앤서니를 마무리로 썼다가 한 시즌도 다 못채우고 중도에 물러난 바 있다. 어쨌든 잠정적으로 '외국인 마무리'로 가닥을 잡은 만큼, 올해가 끝나면 KIA가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수 후보군 중에서 마무리 경험이 있는 투수 위주로 계약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과연 어떤 외국인 투수가 내년에 KIA의 뒷문을 맡을 지, 그리고 과연 그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