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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유희관, 그들의 끝나지 않은 신인왕 경쟁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3-09-20 14:23


◇NC 이재학. 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

◇두산 유희관.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한가위인 19일, 치열한 순위 다툼 못지 않은 재밌는 대리전이 펼쳐졌다.

유력한 신인왕 후보인 NC 이재학과 두산 유희관이 펼치는 선발 맞대결이 바로 그것이었다. 두자릿수 승수 선점은 상징적인 면에서 무척 컸다. 공교롭게 이 경기 전까지 두 선수 모두 9승5패1세이브로 똑같은 성적에, 이재학은 평균자책점 3.13 그리고 유희관은 3.32로 거의 비슷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기에 더욱 관심이 모아졌다.

일단 결과론적으로는 이재학이나 유희관 모두 승리를 따내는데 실패하며 비기는 형국. 하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이재학의 완승이었다.

이재학은 이날 롯데전에서 7이닝동안 1홈런을 포함해 8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고비 때마다 자신의 주무기인 명품 체인지업을 앞세워 1실점으로 잘 버텨냈다.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2-1로 앞선 상황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승리 투수 요건도 갖췄다. 하지만 마무리로 나선 손민한이 8회와 9회 3점을 내주며 역전패, 10승 달성에 아쉽게 실패했다.

반면 유희관은 이날 삼성전에 나와 5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6회 투아웃에서 박석민에게 만루포를 얻어맞으며 주저앉았다. 팀이 1대7로 패하는 바람에 패전까지 떠안게 됐다. 또 이재학은 평균자책점을 3.02까지 끌어내렸지만, 유희관은 오히려 3.44로 높아졌다.

두 선수는 '눈물의 빵'을 함께 먹은 중고 신인이다. 고졸인 이재학이나 대졸인 유희관 모두 지난 2010년 두산 2군에서 함께 뛰었다. 이재학은 두산에서 선발 기회를 잡는 듯 했으나 팔꿈치 부상으로 잠시 그 꿈을 접었고, 이후 2011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로 이적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30㎞대에 그치며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던 유희관도 지난해 말 상무 제대 후 올해 두산의 선발진이 무너지자 혜성처럼 등장, 완벽에 가까운 콘트롤을 선보이며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하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시즌 중반부터 두 선수는 신인왕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시작했고, 이제 평생에 한번 탈 수 있는 영광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나가고 있다.


일단 이날 경기로 이재학이 한발 앞서는 형국이 됐지만, 유희관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NC는 19일 현재 8경기, 그리고 두산은 9경기를 앞두고 있다. 두 선수에게 1~2경기씩의 선발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막내구단의 토종 에이스로 성장, 그 어느 팀도 만만히 볼 수 없는 탄탄한 선발진을 구축하는데 한 축을 담당한 이재학이나 팀을 4강 대열로 이끈 공헌도가 높은 유희관이나 의미 면에선 그 누구도 뒤지지 않는다.

이제 남은 것은 10승 달성과 동시에 어느 누가 강렬한 방점을 찍는가의 여부다. 이들의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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