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가을야구 할 수 있겠지?'라는데 정말 짠하더라구요."
김 감독은 자신 보단 선수들이 정말 힘들 것이라고 했다. 매경기가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지금 선수들이 말은 하지 않아도 다 보인다. 그래도 매직넘버가 줄어가는 걸 보면서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이런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잠시 뒤 김 감독은 취재진에게 전날 밤 퇴근길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김 감독은 전날 NC전에서 1대0으로 승리한 뒤, 샤워하지 않고 곧바로 경기도 구리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동시에 한 차에서 내리는 가족을 발견했다.
김 감독은 "평소 같았으면 아이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줬을텐데, 어젠 샤워를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올라갔다. 못 알아보셨는지 그 가족도 옆 라인으로 들어가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집으로 들어가면서 아이의 말을 듣고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아버지에게 "아빠, 우리가 이겨서 이제 두산과 3.5게임차다. 가을야구 할 수 있겠지?"라고 말했다고. LG와 3위 두산의 승차까지 정확히 기억하는 아이의 한 마디가 김 감독의 가슴 속에 작은 감동을 준 것 이다.
비록 아이에게 선물은 하지 못했지만, 김 감독은 아이를 통해 LG 팬들의 염원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시즌 막판까지 힘겨운 순위싸움을 하고 있는 그에게 정말 큰 선물이 아니었을까.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