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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KIA, 고춧가루 부대 역할은 해줄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9-10 17:24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KIA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KIA 이범호(왼쪽)과 이용규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9.05.

프로야구 시즌 막판에 접어들면 항상 '고춧가루 부대'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이 한창 순위 싸움에 몰입해 있는 상위권 팀들을 괴롭힐 때 쓰는 표현이다. 상위권에 있는 팀의 입장에서는 이 '고춧가루 부대'들이 반갑지 않다. 1승이 아까운 판에 전혀 뜻밖의 경기력으로 팀을 궁지에 몰아넣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춧가루 부대'라는 수식어는 해당 팀이 그나마 시즌 막판 꽤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반가운 표현이다. 어쨌든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경기로 내년 시즌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고춧가루 부대'라는 표현은 안타까움과 반가움의 양면성을 지닌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팀이라면 최소한 이런 표현을 들으면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게 낫다.

하지만 KIA는 이마저도 해내지 못하고 있다. 후반기들어 처참한 몰락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KIA는 심지어 '고춧가루 부대'조차 못된다. 오히려 8위 NC나 9위 한화보다 경기력이 떨어진다.

KIA의 몰락이 본격화 된 8월 이후 팀 성적이 이를 입증한다. KIA는 8월 1일부터 9월 8일까지 치른 29경기에서 겨우 8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이 기간 승률은 2할9푼6리. 최악의 성적이다. 같은 기간 NC는 26경기를 치러 13승13패로 승률 5할을 찍었다. 매우 준수한 성적이다. 최하위 한화 역시 29경기에서 11승18패(승률 3할7푼9리)를 거뒀다. 여전히 저조한 성적이지만, 적어도 KIA보다는 잘했다.

이 수치는 KIA가 다른 팀의 '승수 쌓기'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KIA로서도 할 말은 있다. 이 기간에 양현종과 김주찬 김선빈 최희섭 등이 모조리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전력이 급감했다. 워낙에 백업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KIA로서는 주전 선수들의 이탈에 따른 전력 저하 현상을 버티기 힘들었다.

그러나 주전 이탈에 따른 전력 저하는 다른 팀도 비슷하게 겪은 현상이다. 최하위 한화만 해도 김태균이 부상으로 8월 막판부터 팀에서 빠져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이 김태균의 공백을 메워주며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에 반해 KIA는 후반기까지 4강 복귀에 도전했던 팀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간판들의 이탈로 전력이 떨어진 것도 문제지만, 기본적으로 선수단 전체의 집중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무기력한 경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한화와의 홈 2연전에서 모두 역전패한 것이 이런 KIA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특히 8일 경기에서는 7-5로 앞선 8회초 2사에 마무리 윤석민을 조기 투입하고도 역전패했다. 아웃카운트 4개만 더 잡으면 이기는 경기였는데, 믿었던 윤석민이 무너졌다. 데미지가 클 수 밖에 없다.


더 이상의 추락은 곤란하다. 남은 경기의 승패가 KIA의 순위를 크게 바꾸지는 못 하겠지만, 팀의 위상에는 분명 영향을 미친다. 더 강한 집중력으로 '고춧가루 부대'라고 불릴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줘야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KIA는 최근 내년 시즌을 대비해 신진들을 대거 기용하고 있다. 결국 이들이 앞장서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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