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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은 무죄라고 했다.
김혁민이 선발에서 불펜으로 옮긴 것은 지난달 13일 청주 NC전부터다. 그동안 선발 요원으로 각광받던 김혁민을 중간계투로 바꾼 것은 김 감독의 결단이다. 이유는 간단한다. 선발로 던질 때 기복이 크다는 것이었다. 실제 김혁민은 올시즌 선발로 던진 20경기 가운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것은 7번 밖에 없다. 선발로 나가 5실점 이상 한 경기도 9번이나 됐다. 8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낸 경기도 있지만, 5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5점 이상을 내준 적도 수두룩하다. 들쭉날쭉한 피칭을 그대로 지켜볼 감독은 아무도 없다.
여기에 장타 허용도 많아 김 감독의 애를 태웠다. 올시즌 김혁민의 피홈런은 24개로 9개팀 전체 투수 가운데 가장 많다. 이 부문 2위인 삼성 장원삼(15개)보다 9개가 많다. 소위 공이 '긁힐 때'는 언터처블이지만, 제구가 안되고 밋밋할 때는 홈런 공장이나 다름없다. 이 대목을 한화는 우렵스럽게 생각한 것이다.
이날 홀드를 추가한 김혁민은 "보직 이동으로 인한 문제는 없다. 선발이나 중간이나 팀에서 원하는대로 마운드에 오르면 잘 던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선발보다는 중간에서 던질 때 체력적으로 많이 힘든게 사실이다. 트레이너코치님들이 많은 관리를 잘 해줘서 좋은 볼을 던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혁민의 주무기는 150㎞에 이르는 직구와 낙차 큰 포크볼이다. 중간 계투로 던지면서 두 구종의 위력이 한층 높아졌다는 것이 상대 타자들의 평가다. 빠른 볼과 떨어지는 변화구로 삼진을 잡는 비율도 높아졌다. 아무래도 100개 안팎을 던졌던 선발보다는 30~40개로 제한되는 중간 계투로 던질 때 공의 위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화는 후반기 들어 승수를 높이면서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하고 있다. 특히 마운드 운용에서 김혁민의 활용폭을 넓히면서 안정감을 찾은 것이 사실이다. 마운드 리빌딩의 중심축에 김혁민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