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는 14일 대구 삼성전에서 2대9로 완패했다. 만약 승리했다면 선두 삼성을 처음으로 넘어설 수 있었던 경기. 물론, 프로로서 최선을 다했겠지만 평소보다는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준 것은 사실이다. 중요한 경기 선발 포수로 신인 김재민을 투입했고, 계속해서 실점을 이어가던 선발 신정락을 7회까지 던지게 했다. 일찌감치 승패가 갈린 상황에서 선발을 계속 던지게 했다는 것, 분명 의도가 숨어있었다.
하지만 모든 정황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 주전포수 윤요섭의 체력을 세이브했다. 불펜투수들도 마찬가지. 하기야, 삼성전 우규민과 리즈 투입도 가능했지만 일찌감치 주키치와 신정락 카드를 꺼내든 LG였다.
대신 이 모든 작전이 이어지는 한화와의 2연전에 맞춰져 있었다. 원투펀치 우규민과 리즈가 선발로 준비됐고, 지친 불펜투수들도 좋은 컨디션으로 출격 체비를 마칠 수 있었다. 아직 시즌 종료까지 30경기 이상 남은 상황에서 무리해 선두 삼성과 힘싸움을 벌이다 이것저것 손해보는 상황이 발생할 바에는,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한화를 상대로 승수를 쌓는 작전이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만약, 우규민과 리즈가 선발로 호투해준다면 주말 KIA와의 2연전까지 불펜 운용이 수월해지는 계산도 포함돼있었다. 또, 2연전 일정으로 계속 장거리 이동이 발생하는 상황이어서 체력적인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만약, 삼성전 혈투를 펼쳤더라면…
결과론 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LG가 14일 삼성전에서 전력을 풀가동하며 혈전을 치렀다고 해보자. 이겼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초반 승기를 상대에게 내준 시점이었기에 승리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15일 한화전. 초반 3점을 선취하며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는 듯 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하고 말았다. 실책이었다. 한화가 2-3으로 추격한 5회초. 1루수 문선재의 뼈아픈 실책 2개가 연달아 나오며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올시즌 한화에 강한 면모를 보이던 우규민도 실책에 무너지며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한화에 한 차례 승기가 넘어갔다.
하지만 LG와 한화가 극명히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불펜. 경기가 중반부터 불펜싸움으로 흐른다면 1점차 승부는 큰 의미가 없다. 특히, 지고 있는 LG지만 자신들의 불펜이 상대 불펜보다 강하다 생각되면 야수들이 더욱 안정감을 갖고 경기를 치를 수 있다. 반면, 상대는 투-타 모두에서 불안해진다.
달콤한 휴식을 취한 LG 불펜투수들은 시나리오대로 호투했다. 정현욱이 5회 위기 상황에서 우규민을 구원등판해 두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불을 껐다. 정현욱에 이어 이상열, 김선규가 나란히 한화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렇게 역전 분위기가 조금씩 조성됐다. 결국, LG 타자들의 방망이가 터진 건 7회말. 이진영의 역전 2타점 결승타와 정의윤의 쐐기 1타점 적시타가 연달아 터졌다.
8회는 류택현과 이동현이 책임졌다. 그리고 9회에는 예정대로 마무리 봉중근이 올라와 세이브를 기록했다. 선발 투수들과 추격조 임찬규를 제외한 모든 불펜이 가동돼 승리를 일궈냈다. 이날도 10개의 안타를 터뜨리는 등 최근 한화 타선이 매서운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불펜 투수들이 대구에서 서울로 이동한 후 연이틀 공을 던졌다면 경기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는 예상하기 힘들 수 있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