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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훔치기 논란에 대한 두산과 LG의 입장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8-11 18:26


두산과 LG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8회말 1사 1루 두산 정수빈의 삼진때 1루주자 이종욱이 2루 도루를 성공하고 있다. LG 유격수는 오지환.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8.10/

두산과 LG의 한지붕 라이벌전. 양팀의 강력한 라이벌 의식에 치열한 경기내용 뿐 아니라 수많은 화젯거리가 발생한다. 10일 열린 양팀의 2연전 첫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1-1 팽팽한 경기가 이어지던 3회말 두산 공격. 1사 만루 상황서 타석엔 두산 이원석, 마운드엔 LG 류제국이 있었다. 그런데 류제국이 경기 도중 2루 주자 최준석을 향해 손가락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하지 말라는 사인을 보냈다. 사인 훔치기 공방이었다.

억울한 두산 "2루 사인 훔치기, 불가능한 일"

11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두산 김진욱 감독. 전날 중요한 경기에서 뼈아픈 2대3 역전패를 당해 속이 쓰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사인 훔치기 논란까지 일어나니 더욱 억울하다. 지난 3일 인천 SK전 이후 벌써 두 번째다. 올시즌 두산에게만 있는 일이다.

김 감독은 전날 벌어진 일에 대해 "SK전에서 벌어진 사건 이후에도 우리 팀은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 일 때문에 상대가 오해할 수도 있다고 보지만 어제 경기 역시 전혀 문제될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김 감독은 "만약 상대가 우리를 심리적으로 흔들기 위한 심리전으로 그런 액션을 취한 것이라면 정말 나쁜 행동이다. 만약, 심리전으로 그렇게 나섰다면 정말 화가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두산쪽은 2루에서 사인훔치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일단, 상대팀의 복잡한 사인 체계를 알아내기 힘들다. 두산의 한 코치는 "그러는 일도 없지만, 만약 2루 주자에게 사인이 읽히는 팀이 있다면 사인을 간파당한 팀이 멍청한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 감독도 "우리가 야구를 할 때만 해도 주자가 2루에 있을 때 타자의 스윙이 커지기라도 한다면 사인이 간파당한 것으로 간주하고 예비 사인을 냈다. 그 예비 사인 만도 3개 이상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논쟁거리는 코스를 알려주는 것이다. 구종까지는 몰라도 몸쪽, 바깥쪽을 알려줘 타격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 하지만 이 마저도 현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두산 입장이다. 최근에는 포수들이 공을 받기 전 수시로 자리를 바꿔 알려준다고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타자들의 타격이 좋다보니 우리를 질투하는 것 아니냐"며 불편해했다. SK 사건 때도 3연타석 홈런이 나왔고, LG 류제국 역시 3연타석 안타를 허용한 후 항의 제스처를 취했다.

LG "두산 주자들의 주루 플레이 평소와 달랐다"


이렇게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경우, 상대방의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

LG 덕아웃에서는 이날 경기 1회 두산 주자들의 움직임에 "평소와 다르다"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사인을 훔쳤다'는 아니지만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 있으나 주의 깊게 살펴보자는 얘기였다.

그러던 중 류제국이 4회 김현수-최준석-홍성흔에게 연속 3안타를 맞고 흔들렸다. 무사 만루의 위기. 오재원을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이어 등장한 이원석이 볼은 골라내고, 카운트를 잡는 직구를 계속해서 커트해내면서 괴롭혔다. 그 와중에 류제국이 2루주자 최준석에게 항의의 사인을 보냈다. 당사자 류제국은 당시 상황에 대해 "발을 빼고, 한 타임 쉬어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냥 발을 빼면 내가 당황하고 긴장한 듯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1회 덕아웃에서 나온 얘기가 생각나 그런 제스처를 취했던 것"이라며 "최준석의 주루 플레이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상대를 일부러 흔들려는 의도도 없었다. 내가 마운드에서 조금 더 자신있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던 것이다. 당시 2루에 최준석이 아닌 다른 누가 있었더라도 비슷한 제스처를 취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합해보면 류제국은 최준석의 플레이를 사인 홈치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위기 상황 속에 긴장을 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사인 훔치기 논란이 머리속에 떠올라 나온, 큰 의미가 없었던 행동이었다. 결국, 양팀 간에는 SK와 두산 경기 때 처럼 빈볼 시비도, 벤치클리어링도 일어나지 않았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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