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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재활 성공, KIA 심동섭의 작은 기적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7-31 15:00


지난해 5월19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와 공을 던지는 KIA 심동섭. 이 경기를 끝으로 심동섭은 재활군에 내려갔고, 결국 7월에 수술대에 올라 잔여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m.com

"아프지 않고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불가능할 법한 일이 현실에서 이뤄질 때 사람들은 흔히 '기적'이라는 단어를 쓴다. 하지만 우연하게 찾아온 행운이 아닌,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기적도 있다. 희박한 가능성을 꾸준한 노력으로 현실에 이뤄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기적은 땀의 결실이다.

특히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불가능해 보였던 개인 기록의 돌파나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전망되던 팀 성적의 수직 상승과 같은 일이다. 프로야구판에는 '기적'을 현실로 만든 인물들이 많다. 가장 최근에는 사회인야구를 전전하다가 프로 1군에 극적으로 합류해 데뷔전에서 홈런을 친 넥센 안태영같은 인물을 꼽을 수 있다.

이 리스트에 추가될 만한 인물이 또 한명 있다. 바로 KIA 좌완투수 심동섭이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과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은 지 딱 1년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1군 무대에 돌아왔다. 수술의 내용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음에도 성실한 훈련과 재활을 통해 불가능할 법한 일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심동섭은 30일 광주 삼성전에서 6회에 등판해 복귀전을 치렀다. 지난해 5월 19일 부산 롯데전에서 선발로 나와 4이닝(7안타 5자책점)을 던지고 난 뒤 딱 438일 만이다. 그간 심동섭은 병원에서 그리고 재활군에서 홀로 싸워왔다. 타자가 아니라 스스로와 싸운 시기였다. 팔꿈치에 두 번의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매달린 것이다.

2010년 1차 1라운드 3순위로 KIA에 입단한 심동섭은 2011시즌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불펜에서 필승조 역할을 하며 57경기에 나와 55⅓이닝을 던지며 3승1패 2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2.77을 기록했다. 2011시즌 중반까지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2시즌이 되자 심동섭에게 시련이 닥쳤다. 불펜으로 시즌을 출발했는데, 공끝이나 제구력이 1년 전과 달랐다. 5월부터는 일시적으로 선발 전환을 시도했는데, 전부 5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대실패였다. 알고보니 팔꿈치가 아팠기 때문이었다.

결국 심동섭은 2012년 7월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과 뼛조각 제거수술을 함께 받았다. 뼛조각 제거술은 그나마 가벼운 수술에 속하지만, 토미존 서저리는 얘기가 약간 다르다. 팔꿈치 근육과 인대의 손상 정도에 따라 개인차가 있지만, 적어도 1년에서 1년반 정도는 재활이 필요한 수술이다. 삼성 배영수나 오승환, 시카고 컵스 임창용 등의 사례로 보면 수술 시점에서 1년 반 정도 지나야 1군 무대에서 공을 뿌릴 수 있다. 그런데 심동섭은 이 시기를 딱 1년에 맞췄다. 스스로는 "나이가 어려서 회복이 빨랐다"고 했지만, 그간 흘린 땀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복귀전 상대는 리그 1위 삼성. 그것도 클린업 타선부터였다. 하지만 심동섭은 흔들리지 않았다. 특유의 배짱을 무기로 1이닝을 1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막았다. "운이 좋았어요. 그렇게 좋은 공은 아니었는데…하지만 상대를 의식하진 않고, 집중해서 던지긴 했죠". 심동섭은 수술 후 벅찬 첫 경기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제 막 재활을 마치고 복귀전을 치렀지만, 올해 남은 경기에서 심동섭이 해줄 일은 많다. 약화된 KIA의 왼손 불펜에서 힘을 보태줘야 한다. 그래서 실낱같이 남은 팀의 4강 재진입에 기여해야 한다. 그게 심동섭을 1군으로 불러올린 선 감독의 바람이다. 심동섭은 "아직은 밸런스가 완전치 못하지만, 팀에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면서 단단한 각오를 내비쳤다. 심동섭이 기적처럼 1군에 돌아온 것처럼 KIA도 희박한 4강 재진입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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