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득보다 실많은 일요일 6시경기 딜레마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7-22 06:04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2013프로야구 경기가 14일 마산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렸다. 전국적인 폭우로 인천과 잠실, 대구경기가 취소된 가운데 마산구장에서는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관중석은 듬성듬성 비었다. 마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7.14/



'일요일 오후 6시 딜레마 어찌하오리까.'

프로야구 서울 연고팀의 열성 팬인 곽모씨(40·회사원)는 매주 주말이면 야구장에서 살다시피한다.

회사 업무 때문에 주중 경기까지 챙겨볼 수 없어서 시즌 회원권을 구입하지 못했다 뿐이지 웬만하면 주말 전야인 금요일부터 야구보는 재미에 빠진다. 가까운 지역은 원정 응원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그토록 열성이던 곽씨는 최근 일요일 경기장 관전을 포기했다. 올해부터 7, 8월 주말 경기가 오후 5시에서 6시로 늦춰진 제도 때문이다. 사는 곳이 서울 강서구 염창동이라 잠실구장까지 왕복 교통시간만 2시간30분이 걸린다는 곽씨는 "웬만하면 일요일 경기까지 보러가고 싶어도 1시간 경기시간이 늦춰진 게 적잖은 부담이다. 월요일 출근을 생각하면 그냥 TV중계를 선택하게 된다"고 아쉬워했다.

비단 곽씨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일요일 오후 6시에 시작된 경기가 10시를 전후해 끝난 뒤 혼잡을 뚫고 귀가를 서두른다고 해도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자정을 바라보기 일쑤다. '월요병(주말 휴식 후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생기는 무기력 후유증)'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직장인·학생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를 반증하듯 관중수도 급격하게 줄었다.

야구 팬 뿐만 아니라 야구인들 사이에서도 일요일 6시 경기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토요일 6시 경기는 이튿날 일요일이 있어서 별 문제는 안된다. 하지만 자꾸 손님은 떨어지고, 선수들 체력보호 효과가 입증되지도 않은 일요일 6시 경기만큼은 재고해봐야 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주말 6시 경기 어떻게 생겼나

올시즌부터 7, 8월 2개월 동안 5시에 시작하던 주말·공휴일경기를 6시에 한다. 작년까지 주말경기는 일괄적으로 오후 5시(개막 후 어린이날까지 2시 경기 제외) 시작이었다. 주말 오후 5시 제도는 2008년에 생겼다. 종전에 오후 2시에 시작했는데 팬들이 야구장을 찾기 힘들고 관중 동원 또한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5시로 늦춘 것이었다. 한때는 주말경기를 평일처럼 오후 6시30분에 시작한 적도 있었다. 5년간 유지하던 오후 5시 제도가 오후 6시로 바뀐 데에는 웃지 못할 이유가 있었다. 9개 구단 단장들은 올해 초 2013년 1차 실행위원회를 열어 대회 요강을 확정하면서 크게 고심했다. 무더위의 위력이 특히 거센 혹서기 7. 8월엔 경기시간을 늦추자는 취지는 선수 체력보호와 경기력, 관중편의를 위해서였다. 무더위 문제가 대두된 배경에는 지구온난화 현상이 있었다고 한다. 2008년 오후 5시 제도를 도입한 이후 해가 갈수록 때이른 여름, 이상고온, 살인적인 폭염 등 한반도 가후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했다. 이제는 무더위도 예년의 무더위가 아니어서 5시 경기 준비를 위해 오후 2시부터 땡볕 아래서 몸을 풀어야 하는 선수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관중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당초 오후 6시30분이나 5시30분으로 변경하자는 안건이 나왔다. 하지만 6시30분은 팬들의 귀가시간을 생각하면 너무 늦어서 안되고, 5시30분은 경기시간을 늦추는 효과가 너무 미미할 것 같아 중간대인 오후 6시에 중지가 모아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관중 감소를 생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여름날씨가 과거와는 너무 달라진 데다, 그나마 팬들에게 부담을 덜 주는 시간이 오후 6시였다"고 설명했다.


하향세 야구열기 부추긴다

올시즌 프로야구의 숨은 최대 고민은 작년에 비해 크게 시들해진 야구열기다. 스포츠에 대한 인기도와 열기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잣대가 관중이다. 2013시즌의 전반기까지 집계된 총 관중은 392만2408명으로 경기당 평균 1만1779명이었다. 사상 첫 700만 관중 시대를 맞이하며 절정을 누렸던 2012년 시즌의 경우 총 715만6157명에 평균 1만3451명이었다. 경기당 평균 12.5%가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올시즌 프로야구는 팀이 9개로 늘었는데도 관중은 되레 감소하는 당혹스런 국면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요일 경기가 오후 6시로 늦춰지자 그나마 흥행을 보이던 주말 관중마저 급감했다. 이번 7월부터 오후 6시 경기가 실시된 이후 일요일에 총 3경기가 치러졌다. 원래 8경기였는데 장맛비로 5경기가 연기됐다. 이들 3경기의 평균 관중은 1만680명이다. 올시즌 전반기 전체 평균에 크게 못미친다. 같은 기간 토요일 8경기의 평균 관중(1만5311명)에 비해서도 30%나 빠졌다. 올시즌 일요일 6시 경기가 관중동원에 얼마나 마이너스가 되는지는 지난해와 비교해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일요일 6시 경기가 시행되지 않았던 지난해의 경우 총 56차례 일요일 경기가 열렸고, 총 78만3533명이 입장했다. 평균 1만3992명이었다. 올시즌 전체 일요일 경기(59경기)의 평균 관중 1만3823명에 비하면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6시가 도입된 7월에 들어서는 작년 일요일 평균에 비해 24% 급감했다. 구단 마케팅 담당자들은 "8월까지는 전반기에 간혹 있었던 일요일 만원관중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

일요일 오후 6시 경기의 단점은 관중 감소에만 있는 게 아니다. 사회적으로도, 구단 운영상에서도 손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사회적인 비용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올여름 현재 우리나라는 전력수급 비상체제에 걸려 있다. 급격하게 증가한 전력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자 곳곳에서 에너지 절약 운동으로 아우성치는 상황이다. 관계 당국은 시시각각 전력 소비 상태를 점검하며 전력수급경보를 발동하고 있다. 관공서와 기업체, 대형매장 등은 적정 실내온도 준수, 냉방장치 가동 줄이기 운동 등을 펼치며 1W의 예비전력이라도 비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일요일 경기가 1시간 늦춰지면서 야간조명 가동 시간도 그만큼 늘어났다. 요즘 일기의 경우 해가 길어서 오후 7시30분까지는 조명탑을 켜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오후 6시 경기로 인해 최소 2시간은 야간 조명을 가동해야 한다. 구단들에 따르면 국내 야구장의 야간조명 전력사용량은 경기장 1개당 620∼630kw/h(시간당 사용량)라고 한다. 이 정도의 소모량은 소비전력 1800w짜리 가정용 에어컨(49.5㎡형)을 1시간 동안 동시에 350대를 가동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4개 경기장이면 1400대이고, 2시간이면 2800대에 달한다. 더구나 6시로 1시간 늦춘다고 해서 무더위를 피하는데 얼마나 큰 효과가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이는 가운데 선수들의 휴식에도 '그게 그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1시간 늦춰서 무더위 체력소모를 줄인다 쳐도 늦게 끝나는 만큼 귀가시간 늦어지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특히 장거리 원정경기라면 주중경기와 별 시간차 없는 일요일 경기가 1주일에 한 번 주어지는 월요일 오전 휴식 챙기는데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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