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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대표 치어리더 박기량(22)은 알고 있을까. 올해 롯데 홈 관중이 지난해 대비 경기당 평균 5000여명 준 이유에 대해서. 그는 올해로 롯데 치어리더로만 5년째 일하고 있다. 같은 사무실 소속 치어리더 8명을 이끌고 있는 어엿한 팀장이다.
그는 사직구장을 찾는 롯데팬들의 반응을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이다. 박기량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관중수가 준 것은 분명하다. 잘 준비하고 파격적인 춤을 췄는데도 호응이 지난해만 못 하다"면서 "지난달 26일 '응답하라 1999' 이벤트를 했을 때 처음 매진돼 느낌이 새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창원을 연고하는 9구단 NC 다이노스가 생긴게 관중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봤다. 그는 "NC랑 맞붙을 때는 절대 지면 안 된다는 자세로 응원한다. NC는 우리 관중을 빼앗아 갔다. NC는 아직 우리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 선수들의 실력이나 응원 수준도 우리가 낫다"고 했다.
NC 응원팀엔 박기량과 지난해 롯데에서 1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치어리더 김연정(23)이 있다. 2012년 박기량-김연정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둘의 섹시한 응원을 보기 위해 사직구장을 갔다는 팬들도 다수 있었다. 한화에서 김연정이 롯데로 가세하면서 국내 치어리더 원투 펀치가 한데 모였다. 이벤트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둘의 몸값이 급상승했다. 행사 요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출연료가 너무 낮은 제의는 거절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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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둘을 함께 지켜봤던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박기량과 김연정은 싸운 적은 없지만 미묘한 건 있었다. 둘은 치어리더판에서 최고의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박기량은 이미 롯데에서 팀장의 자리에 올랐다. 김연정은 늦게 합류했지만 급속도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박기량은 "그 친구(김연정)도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주목받는 걸 좋아했다. 저랑 사이에서 속앓이를 했던 것 같다. 우리 회사에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지금 보다 서로 더 잘 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 이벤트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둘이 떨어지면서 몸값이 동반하락됐다고 한다. 둘이 각자의 길로 가면서 성사되지 않은 행사나 광고가 금액으로 따졌을 때 1억원을 넘어선다고 했다.
박기량은 한달 전쯤 한 워터파크 업체의 홍보 모델로 나섰다. 비키니를 입고 8시간 가까이 강행군 촬영이었다. 무서워서 잘 타지 못하는 놀이기구를 10번 정도 탔다. 녹초가 된 상황에서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오다 자신의 홍보 사진이 올라온 인터넷 포털을 보고 울어버렸다. 자신의 몸매를 놓고 깎아내리는 비난 댓글에 상처받았다.
박기량은 한달이 지났는데도 그 충격이 지속된다고 했다. "새로 만나는 사람마다 그 사진을 봤겠지하는 생겄터 앞선다." 그는 아직 댓글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는 내공이 쌓이지 않았다. 마구 흔들려 괴롭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반짝 인기를 구가했던 롯데 배트걸 신소정이 그만 뒀을 때도 악성 루머에 시달렸다. 조폭과 사귄다는 소문도 돌았다. 박기량은 너무 어이가 없다고 했다. 신소정이 그만둔 후 치어리더들에게 맞았다는 루머가 파다했다. 그는 "소정씨가 갑자기 그만 뒀다. 준비했던 의상을 안 들고 와서 다른 걸로 갈아 입어라고 했는데 그게 싫었던 것 같다.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조금씩 변해갔다"고 말했다. 조폭 연루설도 진원지를 찾아본 결과, 인터넷 댓글이었다.
박기량은 악성 댓글을 올리는 팬들에게 부탁을 하고 싶다고 했다. 욕을 하고 싶다면 모두가 볼 수 있는 댓글이 아닌 개인적으로 이메일 또는 쪽지를 보내달라고했다.
박기량은 자신의 몸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멋진 몸을 만들기 위해 식단조절이나 별도의 운동을 많이 하는 걸로 알려졌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불규칙한 식사로 경기를 마치고 늦은 시각에 폭식을 한다. 하지만 안무를 짜고 연습하고, 의상, 노래 준비하고 무대에 올라 3시간 정도 신나게 춤추면 몸에 살이 붙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 또 저절로 체중이 조절되고 근육까지 생긴다고 했다. 일부팬들은 박기량의 복근을 '갈매기 복근'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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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량의 어릴적 꿈은 가수였다. 춤과 노래에 끼가 있었지만 정작 하고 싶었을 때 이미 20세였다. 그는 "오래 하는 것 보다 절정일 때 그만 두고 싶다. 무엇보다 롯데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걸 보고 그만두겠다"고 했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