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잠실야구장에서 두산과 LG의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선발로 등판한 두산 유희관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5.4
1승 1패로 맞서고 있는 두산과 넥센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2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느림의 미학' 유희관이 사회인야구에서나 볼 수 있는 볼을 던졌다. 7회 넥센 유한준을 상대로 76km 느린 커브볼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것. 유희관은 1회 3실점 했지만 이후 6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고 마운드를 내려 왔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6.02/
파죽의 9연승을 달리던 KIA. 5일을 쉬었다. 4일 휴식+우천 취소 1일=5일이었다. 원치 않게 길어진 휴식. KIA 선동열 감독은 걱정이었다. "투수들은 쉬는게 나쁘지 않지만 야수들의 타격감이 문제"라던 그는 "가뜩이나 휴식일 동안 비가 많이 와서 충분히 치지도 못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5일 휴식. 타자들의 타격감을 뚝 떨어뜨릴까? 26일 경기 전 KIA 중심타자 이범호에게 물었다. 그는 일반적 상식을 뛰어넘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타격감이 며칠 쉰다고 떨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첫 타석 서고 나면 비슷해져요. 다만 상대 투수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가운데에 공을 주느냐 안 주느냐에 따라 다르죠. 휴식 후 첫 경기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이범호는 운이 없었다. 휴식 후 첫 경기인 26일 두산전에서 선발 유희관을 만났다. 리그 최상급 컨트롤러. 최고 시속 130㎞에 불과한 느린 공으로도 타자를 농락하며 제압할 수 있는 투수다. 이범호는 휴식 전까지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는 중이었다. 15일 SK전부터 20일 한화전까지 4경기에서 16타수7안타(0.438). 3개의 홈런과 6타점을 쓸어담았다. 하지만 좌-우 놀이의 달인 유희관 앞에서 그 좋던 타격감도 무용지물이었다.
유희관은 위기 때마다 이범호를 만났다. 그래서 더 집중했다. 더 완벽한 코너워크를 구사했다. 첫 실점 직후인 1회 2사 2,3루. 볼카운트 2B2S에서 몸쪽 꽉 찬 136㎞ 패스트볼로 평범한 내야 플라이를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다. 1-1 동점이던 3회 1사 1루에서는 볼카운트 2B2S에서 124㎞짜리 바깥쪽에서 떨어지며 흘러나가는 체인지업을 던졌다. 허리가 빠진 채 배트 끝에 공이 힘없이 걸리며 투수 땅볼. 5회 2사 1,2루에서도 2B2S의 볼카운트에서 똑같은 스피드의 아웃코스 체인지업으로 1루 땅볼을 유도했다. 단 하나도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없었다. 이날 유희관이 기록한 패스트볼 최고 스피드는 136㎞. 최저 스피드는 4회 2사후 신종길에게 던져 땅볼을 유도한 77㎞짜리 초 슬로우 커브였다. 그 어떤 파이어볼러보다 구속 차가 큰 투수. 유희관은 5⅓이닝 동안 9피안타 3볼넷을 허용했지만 단 2실점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 숱한 위기 속에서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실점을 최소화한 비결? 승부처마다 놀랄만한 집중력으로 가운데로 몰리는 공을 줄인 덕분이었다. '스피드보다 로케이션이 우선'이란 진리를 온 몸으로 보여주며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유희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