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세이부돔에서 벌어진 세이부전 9회초 2사에 극적인 동점 홈런을 때린 오릭스 이대호. 이 홈런에는 기쁨과 슬픔이 함께 담겨 있었다.
이날은 이대호에게 또 다른 변화가 있었다. 통역인 정창용씨가 고열 때문에 경기장에 나오지 못했다. 정씨 대신 한국어를 구사하는 오릭스 구단 나카무라 준 편성부 부부장이 이대호를 도와줬다. 특별히 불편한 것은 없었지만 평소에 정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티배팅 연습을 하곤 했던 이대호의 얼굴에서 편안함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이대호에게 기쁜 소식도 있었다. 올스타전 팬투표 퍼시픽리그 1루수 부문에서 1위가 된 것이다. 오릭스에서는 이대호 외에 이토이, 히라노,이토가 팬투표로 뽑혔다. 이 소식을 들은 일본 언론의 오릭스 담당기자들은 "오릭스가 인기구단이 됐나?"라며 놀랐고, 또 웃었다.
이대호와 대화 도중에 일본 프로야구의 관중수 정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대호는 "세밀한 야구도 좋지만, 홈런이 터져 모두가 흥분할 수 있는 경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라고 했다.
이날 경기는 이대호 말대로 팬들을 흥분시킨 경기였다. 4회 오릭스의 아롬 발디리스가 역전 투런 홈런을 쳤고, 세이부는 7회 동점상황에서 구리야마가 1점 홈런을 터트려 1점차 리드를 잡았다.
오릭스가 6대7, 1점차로 뒤진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갔다.이대호는 볼카운트 2B1S에서 4구째, 상대투수 데니스 사파테가 던진 149km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타구는 세이부돔 백스크린 오른쪽으로 넘어가는 동점 홈런이 됐다. 이대호는 홈 베이스를 밟을 때, 유니폼 왼쪽 소매에 손을 갖다대며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현했다.
경기후 이대호는 "바로 (한국에) 가야 하는데 못 가고 죄송한 마음입니다"라고 했다. 이날 이대호의 홈런은 이대호 본인과 팀, 가족, 팬 등 많은 사람에게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었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