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프로야구장 외야펜스의 안전문제는 더이상 방치할 일이 아니다.
스포츠조선이 최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현행 국내구장 외야펜스의 안전성은 극도로 위험한 실정이라는 게 객관적으로 확인됐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그동안 안전펜스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지방자치단체와 구단의 개선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여기에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안전펜스 등 경기장 내 각종 안전시설에 대한 권고기준을 마련해놓고 오는 7월까지 지자체와 구단을 상대로 계도활동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선수와 팬들이 요구하는 MLB(미국 메이저리그)급 안전한 안전펜스로 개선하려면 외국산 수입제품과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줄 아는 관계자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국내 기술로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킨 안전펜스가 최근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충돌안전 기술 전문업체인 C테크놀로지가 특허 출원한 '에어댐핑안전펜스'다.
'에어댐핑안전펜스'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국내 프로야구장 안전펜스 실태조사 보고서'에도 소개돼 있다. 안전펜스의 성능 향상을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공단의 의견이다.
'에어댐핑안전펜스'는 지난 1월 공단 스포츠용품시험소의 충돌성능 시험평가에서 국내 최초로 1등급(★★★★★)을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포츠용품시험소의 시험성적서에 따르면 높이(2.4m), 폭(1.2m), 접지조건(20mm), 두께(160mm) 등 KBO가 권고하는 기본 안전기준을 우선 충족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충돌성능 시험에서도 충돌가속도 18.5g(합격기준 45g이하), 충돌상해치(HIC) 23.7(합격기준 70이하, 1등급 기준 30미만)인 것으로 측정됐다.
올해 초 개선공사를 받은 잠실구장의 외야펜스가 HIC 61.8로 5등급에 그친 것과 공단이 최저 3등급 이상을 권고하는 사실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안전성이 보장된 것이다.
C테크놀로지의 '에어댐핑안전펜스'가 이처럼 공단의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미국식 안전펜스 기술을 접목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일정 두께의 스폰지 형태의 매트를 겹치는 방식으로 충격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구조에 압축스프링 효과를 지닌 2∼3중 다중 충격완화 장치를 첨가했다는 게 공단 보고서의 설명이다.
'에어댐핑안전펜스'의 경우 매트와 매트 사이에 수많은 유동식 공(에어볼)을 삽입시켜 충격흡수를 최대화 하도록 고안됐다. 에어볼이 매트 안에서 촘촘한 간격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의 안전펜스처럼 선수 충돌시 푹 끌어안는 효과를 보인다. 공단 관계자는 "119구조대가 추락사고 방지를 위해 바닥에 설치하는 에어쿠션 매트를 세로로 세운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고 했다.
특히 이 기술은 일정 규격의 펜스 여러개를 걸개처럼 촘촘하게 걸어서 설치하도록 하는 KBO 권고기준에도 맞춰 시공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안전펜스를 설치할 경우 경기장 1개당 평균 3억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잠실구장의 새로운 외야펜스 설치에 3억원 가량이 투입되는 등 국내구장의 기존 외야펜스와 비용면에서 큰 차이는 없다. 이에 따라 신축구장 완공을 앞두고 있는 광주시와 부산시는 신기술 안전펜스 도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관계자는 "외야펜스 충돌사고로 인해 치러야 하는 고액 몸값의 선수 부상과 팀 전력하락, 야구의 질 저하 등의 손실을 감안하면 그리 비싼 투자가 아니다"면서 "지자체들이 안전펜스는 설치물 또는 시설물이 아니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소모재로 인식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