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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승엽이 마침내 한국 프로야구 통산 최다홈런 기록을 세웠다.
이승엽은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3회 윤희상으로부터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스리런포를 터뜨리며 개인통산 352홈런을 기록했다. 지난 2010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양준혁 SBS ESPN 해설위원의 기록을 3년만에 갈아치웠다. 양 위원은 최근 "홈런 기록은 원래 승엽이의 것이었다.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었을 뿐"이라며 후배의 신기록 달성을 미리 축하해 주기도 했다.
이승엽의 홈런 행진은 향후 몇 년간 팬들에게는 즐거운 볼거리가 될 것이다. 400홈런을 넘어 500홈런까지 뛰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단순한 가정이지만, 만약 이승엽이 일본에 진출하지 않고 계속해서 국내에서 활약해 왔다면 과연 몇 개의 홈런을 쳐냈을까. 2004~2011년까지 일본에서 8시즌 동안 활약했으니, 평균 30홈런을 날렸다고 가정하면 500홈런은 이미 넘어섰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포스트 이승엽'을 논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지만, 최근 몇 년간 국내 프로야구의 큰 문제인 거포 부재 현상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승엽의 후계자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03년 이승엽이 56홈런을 터뜨리고 일본으로 떠난 뒤, 꾸준한 활약을 펼친 토종 홈런타자는 이대호가 유일하다. 2001년 데뷔한 이대호는 2005년 21홈런을 치며 거포로 떠오른 뒤 2011년을 끝으로 통산 225홈런 기록을 남긴 채 롯데를 떠날 때까지 두 차례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하는 등 이승엽 이후 가장 돋보이는 실력을 보여줬다. 이대호가 언제 국내로 복귀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고, 마땅한 거포가 없다는 점에서 이승엽의 홈런 기록은 향후 10년 이상 깨지지 않을 공산도 크다.
현역 타자 가운데 300홈런 이상을 때린 선수는 이승엽을 비롯해 SK 박경완(314개)과 넥센 송지만(310개) 등 3명이다. 두산 김동주가 273홈런으로 현역중 4위에 올라있고, NC 이호준(251개), 롯데 장성호(217개), 한화 김태균(207개)도 200홈런 이상을 때렸다. 이 가운데 박경완과 송지만은 나이 마흔에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고, 김동주와 이호준, 장성호도 30대 후반에 접어들어 이승엽의 기록을 깨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통산 150홈런 이상을 기록중인 KIA 이범호, 두산 홍성흔, SK 조인성, LG 이병규, SK 박진만 등 30대 선수들 중에서도 전형적인 홈런타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20대 나이의 젊은 거포들을 살펴봐야 하는데, 올시즌 홈런 경쟁을 펼치고 있는 SK 최 정(26), 넥센 박병호(27), KIA 나지완(28), 넥센 강정호(26) 등이 거론될 수 있다. 이 가운데 최 정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날린데다 올시즌 생애 처음으로 홈런왕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포스트 이승엽' 후보로 주목받는다. 지난 2011년 후반기부터 장타에 눈을 뜬 박병호도 지난해 31홈런을 때리며 홈런왕에 등극해 앞으로도 최 정과 좋은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거포다. 이날 현재 최 정은 통산 142홈런, 박병호는 80홈런을 기록중이다. 하지만 이승엽의 기록과는 너무나도 먼거리에 있다. 또 20대 초반 타자들 중에서도 폭발적인 홈런 실력을 갖춘 타자도 없는 실정이다. 이승엽의 홈런 기록이 10년, 아니 그 이상 1위를 지킬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