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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가 4년 만의 20세이브 투수 탄생을 앞두고 있다. 2009년 유동훈(22세이브) 이후 끊겼던 20세이브 계보를 외국인선수 앤서니가 이을 것으로 보인다. 앤서니는 17일 현재 19세이브로 넥센 손승락과 함께 세이브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9회가 오면, 팬들과 벤치를 들었다 놨다 한다. 주자가 한 두명 불어나다 보면 어느새 실점 위기에 놓인다. 아웃카운트를 못 잡고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아웃카운트와 주자를 동시에 늘려가기에 꾸역꾸역 막는 편이다. 블론세이브는 3회.
결국 조규제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한 번 오른 다음에야 경기를 끝내곤 한다. 초보 마무리이기에 이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시즌 개막 후 두 달이 넘도록 안정화되지 못하고 있다. KIA가 포스트시즌, 더 나아가 우승까지 노리고 있는 팀임을 감안하면, 불안한 뒷문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대개의 외국인선수에게서 찾기 힘든 모습이다. 하지만 앤서니는 등판을 자원하는 것은 물론, 동료의 승리를 지키지 못했을 땐 따로 문자를 보내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만큼 팀에 융화돼 있다. 이는 분명 외인 마무리가 갖기 힘든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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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투수 중엔 기교파 투수도 있지만, 대개 빠른 공을 가진 투수들이 많다. 특히 외국인선수는 삼성 오승환처럼 구속과 구위로 윽박 지르는 피칭을 하는 투수들이 선택되기 마련이다. 150㎞를 넘나드는 공을 던지는 파이어볼러, 하지만 이들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컨트롤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150㎞대의 강속구를 뿌리는데 제구까지 되면, 메이저리그에 있지 '용병'으로 한국까지 오지 않는 게 보통이다. 한국프로야구에 뛰어든 외국인선수들은 어딘가 '기준 미달'인 점이 있기 마련인데 강속구 투수의 경우 제구력이 흠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LG 리즈와 한화 바티스타가 마무리투수로 실패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선발로 전환한 뒤, 일정 수준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빠른 공과 변화구 1~2개로 '닥터 K'의 면모까지 보인다. 둘은 분명 '선발형 투수'다. 선발은 다소 제구가 흔들려도 길게 보고 잡아갈 수 있다.
앤서니의 경우는 어떨까. 그 역시 지난해 150㎞대 초중반의 공을 던졌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이에 육박하는 공을 던졌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최근에는 140㎞대 중반에서 직구 구속이 형성되고 있다.
이는 마무리 경험이 부족한 앤서니가 강약조절에 실패하고 있다는 증거다. 앤서니는 다른 부상선수들과 달리, 캠프를 성실히 마쳤다. 몸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운동도 충분히 했다. 구위 저하의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앤서니는 현재 등판 전 몸을 푸는 시간이 과도하게 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짧은 시간, 많지 않은 불펜투구로 어깨를 달구고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데 불펜피칭 때부터 무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마운드에 올랐을 땐, 지나치게 코너워크에 신경을 쓴다. 선발로 던질 때와 달리, 팀 승리가 달린 타이트한 상황에 '맞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지나치게 큰 것이다. 선 감독이 "본인 공에 좀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앤서니 본인 의도와는 달리, 4사구 등으로 주자가 쌓일 때가 많다.
이는 선발로 던지다 지난해 시즌 초반 마무리로 외도했던 LG 리즈가 가진 단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리즈는 무슨 일인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며 연손 볼로 자멸했다. 마무리란 자리가 주는 압박은 토종 선수들은 물론, 외국인선수에게도 마찬가지다.
앤서니는 기존 외인 마무리들이 실패했던 단점을 갖고 있다. 팀 융화력 만큼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제구력이나 지나치게 마무리란 보직에 얽매이는 모습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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