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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이 말한 '믿음', 어떻게 LG를 바꿨나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6-09 17:17 | 최종수정 2013-06-10 06:37



"뭐니뭐니 해도 선수들 사이의 믿음 아니겠습니까."

LG의 신바람이 놀랍다. 8일까지 최근 10경기서 9승1패. 이 기간 지난 4일 두산전 패배를 빼놓곤, 전경기 승리로 5연승과 4연승을 내달렸다. 어느새 순위는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9일 잠실 롯데전에서 패하면서 연승이 끊겼고, 최근 10경기 성적도 8승2패가 됐지만, 그대로 3위 자리를 지켰다.

무엇보다 투타의 조화가 완벽하다. 선발이 잘 던지고 중간계투가 잘 막는, 타선은 승리를 위해 필요한 점수를 확실하게 뽑아준다. 최근 외국인선수 주키치가 다소 부진한 게 흠이지만, 되는 팀의 면모를 확실히 갖췄다.

9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LG 김기태 감독은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 대상은 '선수단 전원'이었다. 그는 "누구 한 명만 고맙다고 말하기도 참 그렇다. 다 고맙다. 주전들도 고맙고, 백업선수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다. 매일 감독한테 싫은 소리 듣는 우리 코칭스태프에게도 항상 고맙다"며 웃었다.

현재의 상승세가 누구 한 명의 활약에 의존한 게 아니기에 더욱 기쁜 것이다. 잘난 개인보다, 팀이라는 이름이 먼저인 모습. 사실 수년간 LG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김 감독은 현재 팀의 모습에 대해 '선수들 간의 믿음'이 생겼다고 말한다. 누구 하나 부족해도 탓하지 않고, 서로 끌어주는 모습. 그게 바로 상승세의 비결이란 것이다. 김 감독은 "서로 믿어주는 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건 아니다. 지난해부터 시즌과 캠프를 거치면서 다져온 것"이라고 했다.

믿음의 효과는 크다. 선발투수가 호투할 때, 타자들은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찬스를 놓치지 않는다. 선발투수는 위기 상황이 와도, 자신의 뒤에 있는 야수들을 믿고 당당히 공을 뿌린다.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좋아진 경기력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경기를 마치고 LG 김기태 감독이 포수로 보직을 변경하고 역전타를 날린 문선재와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OSEN
선수들 사이의 믿음 외에 코칭스태프와 선수 간의 믿음 또한 굳건해졌다. 김 감독은 아무리 결정적인 실수를 범한 선수라 하더라도 질책하거나 실수로 인한 교체를 지시하지 않는다.


올시즌 딱 한 차례 예외가 있었는데 4년 만에 1군 무대를 밟은 외야수 임도현이었다. 지난달 24일 SK전서 평범한 외야플라이성 타구를 놓치는 실책을 범했다. 김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도 실책을 범해서 바꾼 게 아니었다. 실수한 뒤에 표정이 너무 안 좋더라. 선수가 심적으로 크게 흔들린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바꿔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기용할 때, 다른 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무작정 기회를 줘도 선수 본인이 살리지 못하면 안된다는 것. 하지만 올시즌 정의윤 문선재 김용의 등 믿고 기용한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

정의윤은 4번타자로 자리를 잡으면서 8일까지 타율 3할2푼1리 2홈런 22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타격 10걸 안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토록 기다렸던 우타 거포 유망주가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다.

문선재와 김용의는 규정타석에 조금 모자라 타격 순위에 들지는 못했지만, 각각 3할2푼1리 2홈런 17타점, 3할1푼3리 1홈런 17타점으로 맹활약중이다. '김기태의 아이들'은 이처럼 기존 선수들이 납득할 만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누가 라인업에 들어가도 어색한 것 하나 없다.

신진세력들을 키워냈다는 건 '세대교체'의 발판을 놓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게다가 현재 LG 선수단에서 나타나는 '신구조화'는 가까운 미래도 밝히고 있다.

김 감독은 "감독은 항상 잘 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지금 모두에게 고맙고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팀에 해가 된다거나 하는 부분이 생겨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언제나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강조하는 그다. 잘 나갈 때일수록 선수단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8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2회말 무사 1루 LG 김용의가 타격을 하다 놓친 배트가 LG 덕아웃 김기태 감독 앞까지 날라왔다. 김기태 감독이 손수 배트를 집어 김용의에게 주고 있다.
잠실=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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