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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서고 싶어하는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야구 종주국 미국의 메이저리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빨아들여 리그를 살찌웠다.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 캐나다, 쿠바 등 북중미와 카리브해 지역이 메이저리그에 선수를 제공하는 공급원이다. 올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막전 엔트리(25명)에 든 선수는 총 856명. 이 중에서 외국 태생이 241명으로 28.2%였다.
그런데 투수쪽 성적을 보면 이야기가 확 달라진다. 올시즌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을 비롯해 일본을 대표하는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 구로다 히로키(뉴욕 양키스),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매리너스) 등 선발투수들이 활약이 눈부시다.
류현진은 5일 현재 6승2패, 평균자책점 2.89을 기록하고 있다. 11경기에 등판해 71⅔이닝을 던져 탈삼진 67개를 잡았고, 지난달 말 메이저리그 최강 타선으로 평가되는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완봉승까지 거뒀다. 류현진 이전에 박찬호 김선우 서재응 등이 있었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대학에 재학 중에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리그의 시스템에서 성장한 선수다. 한화 이글스 출신인 류현진이 호투할 때마다 한국 프로야구의 위상이 올라간다.
올시즌 뉴욕 양키스 제2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구로다 히로키도 안정적이고 꾸준하다. 이번 시즌 12경기에 선발 등판, 6승4패에 평균자책점이 2.59다. 2010년 11승, 2011년 13승, 지난해 16승에 이어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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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 투수가 소수이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자국리그에서 충분히 검증을 거친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류현진도 그랬고, 니혼햄 출신 다르빗슈와 히로시마의 에이스였던 구로다, 이와쿠마 모두 소속 국가의 리그를 평정한 최고의 투수들이다. 자국 리그에서 크게 성공한 뒤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제구력이 안정돼 있고, 위력적인 결정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노련한 경기 운영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전과 분명 다른 환경에서 야구를 하고 있지만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틀 안에서 단계를 밟아 올라오는 선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38세인 구로다를 제외로 치더라도 나머지 세 명은 투수로서 절정기라고 할 수 있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이다. 이와쿠마가 32세, 다르빗슈가 27세, 류현진이 26세다. 자국 리그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본래 갖고 있던 뛰어난 자질, 시기 등이 맞물려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아시아인 투수는 소수정예, 스페셜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류현진과 다르빗슈, 구로다, 이와쿠마의 페이스를 보면, 특별한 부상이 없다면 모두 10승을 넘어 15승까지 노려볼만 하다. 지금까지 아시아인 투수 4명이 같은 시즌에 10승 이상을 거둔 경우는 1999년 딱 한 번 있었다. 당시 노모가 12승, 박찬호가 13승, 이라부 히데키가 11승, 요시이 마사토가 12승을 거뒀다. 이들이 거둔 승리가 총 48승. 해당 선수 모두 눈에 뛰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압도적인 성적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1999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력이 크다. 류현진, 다르빗슈를 비롯해 네 명의 투수 모두 소속팀에 에이스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네명 모두 약속을 한 듯 소속팀의 최다승 투수다. 아시아 투수 초강세라고 할만 하다. 1999년을 능가하는 아시아인 투수 최고의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물론, 부상이 없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올시즌 메이저리그 주요 아시아인 투수 성적
선수명=소속팀=등판경기=투구이닝=승=패=평균자책점=피홈런=탈삼진
류현진=LA 다저스=11=71⅔=6=2=2.89=6=67
다르빗슈 유=텍사스=12=81⅔=7=2=2.77=9=111
구로다 히로키=뉴욕 양키스=12=73=6=4=2.59=7=51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12=80⅓=6=1=2.13=10=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