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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선발과 불펜… KIA 괴롭히는 '엇박자'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6-03 10:56



시즌 초반 벌어둔 승수도 이젠 거의 다 잃었다. KIA가 요동치는 중위권 판도의 중심에 섰다. 지난 주말 LG에 충격의 스윕패를 당하면서 3일 현재 5위(23승1무22패)로 떨어졌다.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4위 밖으로 밀려났다.

무엇보다 엇박자가 심각하다. 이미 KIA는 김주찬 신종길 등의 부상공백과 주축 타자들의 타격사이클이 하향세에 접어들면서, 휴식기 이전 타선 침체를 겪은 바 있다. 투수들이 아무리 잘 던져도 타선이 득점을 내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 5월 침체는 타선으로부터 시작 됐다. 그 시점은 SK와의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한 지난달 6일 이후였다.

오랜 시간 1위를 지키다 2위로 내려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4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트레이드 이후 연패에 빠지면서 선두권과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5월 말 하위권인 한화와 NC를 만나면서 방망이는 조금씩 맞아가기 시작했다. 타격은 언제나 흐름이 있기 마련이다. 역시 타격 문제는 일시적인 부진으로 여길 수 있었다.

타선이 회생 기미를 보이자, 이번엔 선발과 불펜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득점력이 좋아졌음에도 선발투수가 무너지면서 한화-NC 6연전에서 고작 3승3패에 그쳤다. 양현종과 소사를 제외하고, 윤석민-서재응-김진우가 차례로 부진했다. 휴식기 이전 마지막 반등의 기회를 잃었다.

선동열 감독은 "부상선수들이 오고, 선발투수 5명이 순조롭게 돌아가면 다시 순항할 수 있다. 공격력은 여기서 더 나빠질 게 없다. 6월이 되면 안정적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한 바 있다. 그 조건은 4일 휴식 후 LG와의 3연전을 버티는 것이었다.


2일 광주 LG전서 삭발을 한 채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KIA 나지완(왼쪽)과 김진우. 사진제공=KIA타이거즈
하지만 LG전 결과는 충격의 3연패였다. 휴식을 취한 뒤 선발진도 살아났다. 경기감각이 떨어진 타선은 주춤했지만, 1일과 2일엔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한 게 문제였다. 선발은 호투했고, 타선은 승리를 위한 최소한의 점수를 냈다. 이번엔 승리로 가는 마지막 관문, 불펜진이 문제였다.

사실 KIA는 SK와의 트레이드로 필승조를 완전히 재편했다. 신승현-송은범-앤서니로 이어지는 새로운 필승조가 탄생했다. 선 감독은 트레이드 후 타선이 침체기에 접어들었을 때도 "그래도 앞선 경기를 지킬 수 있다는 게 크다. 초반엔 타선이 터져서 몇 점씩 앞서도 불안했다. 1이닝이 참 길었다. 이제 불펜은 안정됐다. 팀으로 봐서는 이게 안정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년간 해결하지 못한 문제, '지키는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건 KIA에게 큰 변화였다. 선 감독의 6월 안정론 역시 탄탄해진 뒷문 덕에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1일과 2일 경기에선 믿었던 필승조가 경기를 날려버렸다. 1일엔 선발 윤석민에 이어 등판한 송은범이 1⅓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뒤이어 신승현마저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고 2실점하며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이 깨졌다.

2일은 선수들이 '삭발 투혼'을 보였지만, 마무리 앤서니가 무너졌다. 8회 조기등판한 앤서니는 9회 들어 연속안타를 맞기 시작하면서 무너졌고 1⅔이닝 4실점하며 4점차 리드를 날려버렸다. 전날 무너진 송은범-신승현 대신 앤서니를 길게 가져가려 했지만, 패착이었다.

선발과 불펜의 엇박자, 결국 KIA에게 5위 추락의 아픔을 안겼다. 무엇보다 필승조가 무너진 건 심리적 충격이 너무 크다.

KIA는 이번주 롯데와 넥센을 상대로 원정 6연전을 치른다. 부산-서울을 오가는 험난한 일정이다. 게다가 롯데는 지난주 5연승을 내달리며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올시즌 들어 가장 페이스가 좋다. 공동선두 넥센은 지난주 2승3패로 주춤했지만, 올시즌 돌풍의 팀이다. 험난한 원정 6연전, 과연 KIA가 심리적 데미지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KIA와 NC의 2013 프로야구 주말 3연전 두번째날 경기가 25일 광주 무등구장에서 열렸다. 9대2로 패한 KIA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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