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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 벌어둔 승수도 이젠 거의 다 잃었다. KIA가 요동치는 중위권 판도의 중심에 섰다. 지난 주말 LG에 충격의 스윕패를 당하면서 3일 현재 5위(23승1무22패)로 떨어졌다.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4위 밖으로 밀려났다.
그래도 5월 말 하위권인 한화와 NC를 만나면서 방망이는 조금씩 맞아가기 시작했다. 타격은 언제나 흐름이 있기 마련이다. 역시 타격 문제는 일시적인 부진으로 여길 수 있었다.
타선이 회생 기미를 보이자, 이번엔 선발과 불펜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득점력이 좋아졌음에도 선발투수가 무너지면서 한화-NC 6연전에서 고작 3승3패에 그쳤다. 양현종과 소사를 제외하고, 윤석민-서재응-김진우가 차례로 부진했다. 휴식기 이전 마지막 반등의 기회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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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KIA는 SK와의 트레이드로 필승조를 완전히 재편했다. 신승현-송은범-앤서니로 이어지는 새로운 필승조가 탄생했다. 선 감독은 트레이드 후 타선이 침체기에 접어들었을 때도 "그래도 앞선 경기를 지킬 수 있다는 게 크다. 초반엔 타선이 터져서 몇 점씩 앞서도 불안했다. 1이닝이 참 길었다. 이제 불펜은 안정됐다. 팀으로 봐서는 이게 안정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년간 해결하지 못한 문제, '지키는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건 KIA에게 큰 변화였다. 선 감독의 6월 안정론 역시 탄탄해진 뒷문 덕에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1일과 2일 경기에선 믿었던 필승조가 경기를 날려버렸다. 1일엔 선발 윤석민에 이어 등판한 송은범이 1⅓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뒤이어 신승현마저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고 2실점하며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이 깨졌다.
2일은 선수들이 '삭발 투혼'을 보였지만, 마무리 앤서니가 무너졌다. 8회 조기등판한 앤서니는 9회 들어 연속안타를 맞기 시작하면서 무너졌고 1⅔이닝 4실점하며 4점차 리드를 날려버렸다. 전날 무너진 송은범-신승현 대신 앤서니를 길게 가져가려 했지만, 패착이었다.
선발과 불펜의 엇박자, 결국 KIA에게 5위 추락의 아픔을 안겼다. 무엇보다 필승조가 무너진 건 심리적 충격이 너무 크다.
KIA는 이번주 롯데와 넥센을 상대로 원정 6연전을 치른다. 부산-서울을 오가는 험난한 일정이다. 게다가 롯데는 지난주 5연승을 내달리며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올시즌 들어 가장 페이스가 좋다. 공동선두 넥센은 지난주 2승3패로 주춤했지만, 올시즌 돌풍의 팀이다. 험난한 원정 6연전, 과연 KIA가 심리적 데미지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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