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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직구가 문제다."
그는 "투수는 첫번째로 직구 컨트롤이 되고, 직구에 힘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마음 먹은대로 공을 던져 직구로 손쉽게 카운트를 잡아야 하는데, 제구가 안 되면서 스트라이크 대신 볼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한 투수는 직구에 자신이 없어지면, 자꾸만 변화구를 찾게 된다. 윤석민 역시 본인의 장기인 슬라이더를 너무 많이 던졌다.
변화구는 직구가 힘을 발휘해야 위력을 갖게 된다. 계속 변화구만 던지게 되면, '결정구'의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특정 변화구가 눈에 익은 타자에겐, 공이 아무리 좋은 변화를 보인다 해도 너무나 좋은 '먹잇감'이 된다. 전날 윤석민의 슬라이더가 그랬다.
직구가 문제였다면,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윤석민 본인은 물론, 선 감독도 "아픈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선 감독은 '운동 부족'을 꼽았다.
윤석민은 지난 3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는 과정에서 어깨 근육 통증을 느꼈다. 평소와 비교해보면 제대로 시즌 준비를 하지 못했다. 사실 WBC에 가기 전부터 문제가 있었다. 고질적인 오른쪽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인해 애리조나에서 진행된 1차 스프링캠프 때 제대로 러닝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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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에게 러닝은 가장 중요한 훈련으로 꼽힌다.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 뛰는 게 무엇이 중요하냐고 말할 수 있지만, 실제론 가장 중요한 게 러닝이다. 많은 시간을 러닝에 할애하면서, 체력을 키우고 그 체력을 통해 공을 던지는 것이다. 직구 구위는 물론,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지구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선발투수로서의 스태미너 자체가 러닝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러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윤석민은 캠프 때 불펜피칭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3~4차례 정도, 겨우 피칭훈련을 개시하는 수준에서 WBC 대표팀에 합류했다.
대표팀에 간 뒤엔 어깨 문제로 인해 불펜피칭을 두 차례 밖에 못했다. 이 역시 100%의 힘이 아닌 수준. 하프피칭에 가까웠다. 이후 곧장 NC와의 연습경기에 두 차례 나섰고, 첫 경기였던 네덜란드전에 나섰다. 어깨가 좋지 않아 불펜피칭을 최대한 생략하고, 실전피칭만 한 것이다.
투수는 캠프 때 단계를 밟아가면서 몸을 만든다. 차근차근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윤석민은 준비 단계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을 던졌다. 대표팀에 대한 책임감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론 FA(자유계약선수)를 앞두고 정규시즌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됐다.
선 감독은 "지금 생각해보면, 결국 훈련량이 문제다. 트레이닝 파트와 얘기했는데 많이 던지면서 러닝훈련을 잘 소화하면 좋아질 것으로 본다. 던지면 던질수록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윤석민의 부진, 선 감독은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줄 것으로 봤다. 아픈 게 아니기에 회복하는 데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늦은 출발, 제대로 된 에이스의 공을 보기 위해선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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