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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19일 KIA전 승리로 우여곡절 끝에 4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말이 4연패지 사실상 바닥을 찍은 느낌이다. 19일 경기 포함, 최근 10경기에서 2승 만을 챙겼다. 더이상 뒤쳐지면 또다시 가을잔치 초대장을 받을 수 없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또, LG의 반등조건은 무엇일까.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19일까지의 LG의 평균 팀 타율과 평균자책점을 살펴보자. 먼저 타율. 2할7푼7리다. 2할8푼9리인 삼성, 두산에 이어 히어로즈와 함께 공동 3위다. 평균자책점은 더 좋다. 3.94로 3.45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에 이어 2위다. 야구는 확률의 스포츠다. 타율이 높은 타자가 안타를 때려낼 확률이 높고, 평균자책점이 낮은 투수가 점수를 주지 않을 확률이 높다. 팀도 마찬가지. 이론적으로 팀 타율 3위, 팀 방어율 2위인 팀이면 승리하는 경기가 다른 팀들에 비해 많아야 한다. 하지만 LG는 5할에 미치지 못하는 4할2푼9리의 승률과 7위라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미스터리다.
프로야구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안되는 팀의 전형이다. 선발투수가 잘 던지는 날에는 타선이 침묵하고, 타선이 조금 터지는가 싶으면 선발이 무너진다. 이렇게 팀 밸런스가 무너지니 패하는 경기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LG 내부적으로도 이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찬스만 나면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들이 긴장하는게 눈에 보인다. 꼭 쳐야한다는 부담이 심한 것 같다"고 했다. 17일 LG전에서 8안타를 치고도 2득점에 그쳐 2대3으로 분패하더니, 그 영향이 18일 경기에도 미치고 말았다. 18일 경기는 10안타를 치고도 1득점하는데 그쳤다. 매 찬스에 무기력했고, 2사 후에 안타가 쏟아져 나왔다. "KIA가 잘했다기 보다는 LG 분위기가 너무 안좋아 KIA가 이길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가 허투는 아니었다.
다행히 19일 경기에서 반전의 기운이 감지됐다. 이병규, 박용택, 정성훈 등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전체 선수들에게서 하고자 하는 의욕이 느껴졌다. 특히, 햄스트링 부상을 안고있는 이병규는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기습번트를 댄 뒤 필사적으로 달려 1루에서 세이프,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앞선 타석에서 이미 2안타를 때려냈던 이병규. 개인 성적만 생각했다면 그렇게 무리할 필요가 없었지만 팀을 위한 희생정신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무사 만루 찬스에서 희생플라이로 1점을 얻은 뒤, 2사가 돼 또다시 찬스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가 했지만, 9번타자 손주인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승리에 쐐기를 박는 싹쓸이 2루타를 때려내는 장면도 최근 LG 경기에서 볼 수 없던 모습이었다.
타격, 투수 성적과 선수 개개인을 놓고 봤을 때 LG는 절대 약팀이 아니다. 단지 승리를 위해 필요한 요건이 있다면 19일 경기에서 보여준 똘똘 뭉치는 응집력이 필요하다. 또, "언제나 게임을 즐겨야 한다"는 주장 이병규의 말처럼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플레이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타석에 들어서고, 공을 던지는 그 순간 만큼은 4강 진출, 성적에 대한 부담을 떨쳐내고 야구 자체를 즐겨야 한다는 뜻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