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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좌타자들 전부 냈어."
이른바 '좌우놀이'라고 불리는 현대 야구의 트렌드에 정확히 반하는 행동이다. 이날 롯데는 NC 선발인 좌완 아담에 대비해 라인업에서 좌타자 비율을 최소화시켰다. 손아섭과 박종윤만이 선발출전했고, 김대우 김문호 등의 좌타자는 모두 벤치에 앉았다. NC와는 정반대였다.
좌우놀이 거부하는 김경문, '익숙함'의 문제일 뿐
김 감독은 옆구리 투수들의 공을 좌타자들이 어려워한다는 걸 증거로 들었다. 실제로 최근 언더핸드나 사이드암스로 투수들을 상대로 상대타율이 뚝 떨어지는 좌타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옆구리 투수를 상대하는 좌타자는 흔히 공이 날아오는 궤적을 가장 오래 볼 수 있는 조합이라고 말한다. 이론과 완전히 어긋나고 있는 것이다.
14일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52명의 타자 중 언더핸드 및 사이드암스로 상대 타율이 1할이 안 되는 타자는 총 세 명. 우타자인 SK 정근우(5푼9리)와 좌타자인 두산 김현수(9푼1리)와 넥센 이성열(6푼7리)이 그 주인공. 1할 미만의 최하위권만 놓고 보면, 오히려 좌타자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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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익숙함'의 문제다. 수년간 한국 프로야구엔 제대로 된 옆구리 투수가 출현하지 않았다. 한때 사이드암스로 선발투수가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그나마 좀 던진다 싶으면 불펜에서 짧은 이닝을 책임졌다. 그것도 우타자 상대였다. 결국 옆구리 투수들의 공을 많이 접하지 않게 되면서, '적응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론에 반하는 결과는 여기서 나왔다.
왼손투수 상대로 약한 왼손타자? 정설 아닌 '편견'이다
김 감독은 "우리 타자들이 개막전 때 유먼의 공을 너무 못 치더라. 왼손타자들이 왼손투수 공을 자꾸 쳐봐야 한다. 같은 유형의 투수에게 싸우는 방법은 결국 본인이 깨달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러 좌투수 등판 시 우타자 조평호에게 밀려 벤치를 지켰던 좌타자 조영훈을 1루수로 기용하는 등 왼손타자를 전진배치하는 강수를 뒀다. 외야엔 우타자 권희동이 있음에도 좌타자 박정준을 냈다. '적응력'을 키우기 위함이었다.
경기 전 덕아웃에 있던 이숭용 XTM 해설위원도 김 감독을 거들었다. 그 역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좌타자. 이 위원은 "나도 오히려 왼손이 편했다. 왼손투수가 왼손타자에게 실투를 던질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다. 눈에 익기만 하면, 굳이 우타자를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 왼손투수 상대 왼손타자 타율은 어떨까.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좌투수 상대 타율이 가장 높은 이는 좌타자인 두산 오재원(4할5푼5리)이다. 2위(두산 이종욱, 4할3푼3리)와 3위(LG 김용의, 4할2푼1리), 5위(NC 김종호, 3할7푼8리)도 좌타자였다. 상위 5명 중 넥센 박병호(3할8푼7리)만이 우타자였다.
상대투수의 유형에 관계없이 꾸준히 선발출전하는 좌타자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왼손투수 상대로 오히려 왼손타자가 강하다는 '역설적인'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부산=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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