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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또 다른 참사다.
지난 8일에는 SK에 10점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12대13으로 패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최다 점수차 역전패였다.
'508 참사' 이후 두산은 안정을 찾는 듯 했다. 3연승을 달렸다. 그런데 12일 NC에게 또 다시 참사 수준의 경기력을 보였다. NC는 많은 선물을 받았다. 팀 최다득점과 최다안타기록(19안타)을 갈아치웠다. 당연히 의문이 생긴다. 왜 두산은 연속 참사의 희생양이 된 걸까.
NC가 잘 쳤나, 두산이 못 던졌나
NC가 발전하고 있는 것은 맞다. 특히 차세대 거포 나성범이 가세하면서 NC 타선은 짜임새가 좋아졌다. 나성범과 이호준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위력이 업그레이드됐다. 게다가 타선 전체가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경쟁력이 살아나고 있다. 때문에 프로야구 발전의 관점에서 NC가 두산의 마운드를 두들겼다는 것은 바람직한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투타는 상대적이다. 이날 두산 투수력은 너무나 무력했다. 2회까지 잘 막던 김상현은 3회 갑자기 난조를 보였다. 1사 1, 2루의 상황에서 박정준의 1루수 앞 강습 타구를 최준석이 놓쳤다. 안타로 기록됐지만, 실책성 수비였다. 이때부터 급격히 김상현의 페이스가 떨어졌다. 나성범에게 가운데 몰리는 실투로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이호준에게 138㎞ 직구를 던졌는데 한가운데로 몰렸다. 이호준이 때린 공은 라인드라이브성으로 좌측 펜스에 박혔다. 5-0.
급하게 교체된 정대현은 준비가 안 돼 있었다. 투구 밸런스를 전혀 잡지 못했다. 모든 공이 높았고,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던진 스트라이크를 NC 타자들은 침착하게 쳐냈다. 정대현은 무려 10개의 안타를 맞았고, 11실점을 했다. 하지만 두산 벤치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냉정하면 평가하면 NC의 타격도 좋았지만, 두산의 투수들이 너무 무기력했다. 이번 참사의 가장 큰 이유다.
두산의 구조적인 문제
페넌트레이스는 길다. 올해는 128경기를 치른다. 당연히 최악의 경기들이 나올 수 있다. 팀 상태에 따라 버리는 게임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두산의 최근 롤러코스터는 이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두산의 투수진은 좋은 편이 아니다. 선발과 필승계투조가 모두 무너진 상태다. 니퍼트-노경은-김선우가 선발진을 형성하고 있지만, 4, 5선발이 마땅치 않다. 이날 나온 김상현은 중간계투와 선발을 오가는 선수다. 이용찬과 개릿 올슨의 전열이탈이 문제다. 필승계투조도 형성돼 있지 않다. 핵심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였던 홍상삼과 변진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두산에서 믿을 수 있는 중간계투진은 오현택 뿐이다. 그런데 오현택도 최근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4일 전 '508참사' 때 역전을 허용했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망주들은 여전히 있고, 이용찬은 곧 돌아올 예정이다. 따라서 투수진은 현재 과도기, 매 경기가 실전이자 테스트 무대다.
여기에서 문제점이 출발한다. 임시 선발인 김상현이 무너졌다. 그런데 마땅한 롱 릴리프가 없다. 필승계투조도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패전 투수조도 정립돼 있지 않은 게 당연하다. 즉, 패하고 있어도 실험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실험의 대상자가 정대현이었다. 하지만 실전감각이 좋지 않은 정대현은 이날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깔끔하게 막을 패전 투수가 없다.
오현택 유희관 등을 무리하게 등판시킬 수도 없다. 윤명준이 대기하고 있지만, 그도 확실한 카드가 아니다. 따라서 두산 벤치는 정대현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닝을 소화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가장 큰 문제는 두산이 왜 지금까지 선발과 중간계투진을 안정시키지 못하느냐에 있다. 선발과 중간계투가 불안하기 때문에 생긴 부작용. 실전에서 극대화된 악순환이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두산은 과감하면서도 위험성이 큰 두 얼굴의 실험을 하고 있다. 프록터를 버리면서 선발진을 강화하기 위해 히메네스를 택했다. 우승 가능성을 좀 더 높힐 수 있지만, 부작용도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 하지만 히메네스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올슨을 데려왔다. 그런데 그도 부상이다. 선발 로테이션에 약점이 생겼다. 계산이 한 차례 어긋났다. 프록터의 공백을 홍상삼과 변진수, 그리고 김강률이 메워주길 기대했다. 그런데 세 명이 모두 극심한 부진이다. 또 다시 계산이 어긋난 것이다.
어느 한 부분만 틀어져도 실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선발과 중간계투진이 모두 흐트러지면서 투수진의 경기력 자체가 극과 극으로 흘렀다.
3위의 준수한 성적을 올리면서도 연속된 불명예 기록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두산의 롤러코스터 행보. 밑바탕에는 계산이 모두 어긋나 버린 투수진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