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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넥센, 잠실 우천 취소 속 엇갈린 희비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3-05-09 19:15


14일 오후 2013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 조상우가 한화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3.14.

LG 김기태 감독과 넥센 염경엽 감독은 광주일고 동기생. 야구장 밖 사석에서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9일 잠실 경기를 앞두고 하늘은 잔뜩 흐렸다. 약하나마 빗줄기도 계속 이어졌다. 비를 바라보는 양 팀 사령탑. 말은 같았지만 뉘앙스는 살짝 달랐다. LG 김기태 감독은 '우천 취소가 낫지 않느냐'고 하자 "종전에도 이야기했지만 하늘의 뜻에 따라 순리대로 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벼운 농담 분위기 속에서 김 감독은 "팀의 수장으로서 우천 취소가 좋다고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살짝 말했다. 공식적으로 취소를 바란다고 할 수야 없지만 강행해서 좋을 건 결코 없는 경기. '캡틴' 이병규도 덕아웃에서 빗줄기를 보다 "일찍 찾아온 장맛비 아닌가요?"라며 실없는 농담을 던진다. 긴 시즌을 치르는 동안 피할 수 없는 업&다운 사이클. LG의 현재는 분명 내림세다. 예기치 않은 우천 취소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 LG는 이날 전까지 4연패 중이다. 최근 타선도 살짝 침체다. 넥센 선발은 밴 헤켄. LG를 상대로 무패 행진을 벌이고 있는 왼손 천적 투수다. 데뷔 첫 시즌이던 지난해 4경기에서 3승무패, 평균자책 1.67. 올시즌 LG와 1경기에서도 6이닝 무실점(0.00)으로 1승을 거두고 있다. 게다가 이날은 부산 이동일. 주말 롯데와의 3연전을 앞두고 있다. 일찌감치 이동해서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있다. 불펜 소모도 없이 내려가니 우천 취소가 나쁠 게 전혀 없다.

덕아웃 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며 넥센 염경엽 감독도 김기태 감독과 같은 말을 했다. "하늘의 뜻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진짜 속내는 김 감독과는 살짝 달랐다. 경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선수 시절 비오는 날에는 쉬고 싶었다. 이길 것 같아 억지로 경기를 해서 이기는 걸 본 적이 없다." 객관적으로 승리 확률이 높은 것만은 사실이었던 경기였다. 어정쩡하게 내리던 비. 결국 경기 시작 40여분 전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진짜 아쉬운 사람은 따로 있었다. 넥센 신인 투수 조상우(19)였다. 딸의 출산 휴가 차 엔트리에서 빠진 나이트 대신 얻은 땜방 선발 기회가 비로 쓸려가고 말았다. 조상우는 11일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SK전 선발 내정자였다. 9일 염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펜 피칭까지 마쳤다. 경기 전 염 감독은 조상우 이야기를 했다. "2군 경기에서 좋은 공을 던진다고 해서 불렀다. 물론 큰 기대는 없다. 팀과 동료들이 많은 부분이 부족한 조상우에게 기회를 주는거다. 그날 긁혀서 성장의 기회를 얻는다면 좋은 일이지만…."

하지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9일 LG전은 취소 결정. 자연스레 밴 헤켄-김병현의 등판일이 하루씩 밀리며 조상우 선발 자리가 없어져 버렸다. 프로 데뷔 첫 등판이자 첫 선발 등판 기회. 그는 "첫 1군 등판이라 설레고 떨린다. 비가 꼭 그쳤으면 좋겠다"고 천진난만하게 이야기 했던 터. 하지만 하늘은 무심했다. 이강철 수석코치로부터 취소 소식을 전해 들은 염경엽 감독의 첫 마디는 "상우는 어쩌냐"였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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