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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가이 양현종 "2012년, 등판이 싫었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05-08 08:18


KIA 좌완 양현종은 지금 토종 최고의 투수다. 그가 던지는 공이 무시무시하다. 타자들을 주눅들게 만든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4.27.

KIA 좌완 에이스 양현종(25)에게 2012년은 끔찍한 해로 남아 있다. 마운드에 오르기가 무서웠다. "나는 게임에 안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엔 주로 중간 불펜에 있었는데 타순을 보면서 왼손 타자 차례에 내가 나갈 수 있는 타이밍이 오면 선발 투수가 더 길게 던지든지, 아니면 다른 구원 투수가 올라갔으면 하고 바랬었다."

천하의 양현종이 '멘붕(멘탈 붕괴)'이 온 것이었다. 2007년 프로 입단한 그는 2009년 12승, 2010년 16승을 올리면서 KIA 선발 마운드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불안한 제구가 늘 문제로 지적됐다. 2010년 KIA 구단 사상 좌완 최다승을 올렸지만 볼넷도 98개(169⅓이닝)로 많았다. 빠르고 묵직한 위력적인 구질을 갖고 있었지만 늘 볼넷이 많아 특급 투수로 인정받는데 걸림돌이 됐다. 또 평균자책점도 높았다. 2010년도 평균자책점이 4.25였다.

그랬던 양현종이 요즘 국내야구에서 가장 '핫(Hot)'한 선수로 돌아왔다. 그가 던지는 공 하나하나가 무시무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양현종의 공이 타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6경기에 선발 등판, 4승1패, 평균자책점 1.16이다. 38⅔이닝을 던져 35탈삼진 6실점(5자책)했다. 볼넷은 14개 허용했다. 지난해 선발이 아닌 중간 불펜으로 28경기에서 1승2패2홀드, 평균자책점 5.05에 그쳤던 양현종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는 요즘 자신의 등판일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팀 성적이 좋고 팀 동료들의 표정이 밝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질거 같지가 않다. 작년과 가장 달라진 건 올해는 선발로 나갈 날이 빨리 와서 던지고 싶다는 점이다."

지금의 양현종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떤 타자를 상대해도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투구밸런스가 좋다. 부상에 대한 걱정도 없다. 힘이 실린 공을 포수가 원하는데 꽂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쳤다. 이미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 타자들과의 기싸움에서 앞서 있다. 양현종은 다승 공동 선두,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말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친구 이두환이 자신을 도와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둘은 1988년생 동기로 청소년대표를 함께 하면서 누구 보다 친하게 지냈다. 양현종의 모자에 이두환의 영어 이니셜인 'D.H'가 새겨져 있다. 또 그는 인터넷 블로그에 떠난 친구를 위한 글을 남기고 있다. 양현종은 "올해 내가 등판할 때마다 타자들이 잘 쳐주고 있다. 두환이가 하늘나라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는 거 같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토종 투수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이번 시즌 최다이닝 순위를 보면 외국인 투수들이 판친다. SK 레이예스(45⅓이닝) SK 세든(42⅔이닝) 한화 바티스타(41⅔이닝) 롯데 옥스프링(41이닝) 순이다. 토종 중에는 양현종이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 던진 이닝은 선발 투수의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야구를 하는데 외국인 선수가 1,2등을 하는 것보다 토종들이 해야한다고 본다"고 했다.

양현종은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자단 선정 4월 월간 MVP로 뽑혔다. 지금의 양현종은 류현진(LA다저스)이 떠난 국내야구에서 확실한 볼거리 중 하나다. 팬들은 홈런 만큼이나 타자를 윽박지르는 에이스의 호투를 보고 싶어한다. 양현종이 마운드에 오르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광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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