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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좌완 에이스 양현종(25)에게 2012년은 끔찍한 해로 남아 있다. 마운드에 오르기가 무서웠다. "나는 게임에 안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엔 주로 중간 불펜에 있었는데 타순을 보면서 왼손 타자 차례에 내가 나갈 수 있는 타이밍이 오면 선발 투수가 더 길게 던지든지, 아니면 다른 구원 투수가 올라갔으면 하고 바랬었다."
그는 요즘 자신의 등판일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팀 성적이 좋고 팀 동료들의 표정이 밝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질거 같지가 않다. 작년과 가장 달라진 건 올해는 선발로 나갈 날이 빨리 와서 던지고 싶다는 점이다."
지금의 양현종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떤 타자를 상대해도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투구밸런스가 좋다. 부상에 대한 걱정도 없다. 힘이 실린 공을 포수가 원하는데 꽂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쳤다. 이미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 타자들과의 기싸움에서 앞서 있다. 양현종은 다승 공동 선두,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지금의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토종 투수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이번 시즌 최다이닝 순위를 보면 외국인 투수들이 판친다. SK 레이예스(45⅓이닝) SK 세든(42⅔이닝) 한화 바티스타(41⅔이닝) 롯데 옥스프링(41이닝) 순이다. 토종 중에는 양현종이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 던진 이닝은 선발 투수의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야구를 하는데 외국인 선수가 1,2등을 하는 것보다 토종들이 해야한다고 본다"고 했다.
양현종은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자단 선정 4월 월간 MVP로 뽑혔다. 지금의 양현종은 류현진(LA다저스)이 떠난 국내야구에서 확실한 볼거리 중 하나다. 팬들은 홈런 만큼이나 타자를 윽박지르는 에이스의 호투를 보고 싶어한다. 양현종이 마운드에 오르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광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