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톤급' 트레이드다. KIA와 SK는 6일 오전, 외야수 김상현과 우완투수 송은범을 서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2대2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메인 선수 두 명 외에 좌완투수 진해수와 사이드암스로 투수 신승현이 포함됐다.
평균자책점 2위라도 점수를 뽑아야 이긴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한다. 타선은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마운드가 안정된 팀이 훨씬 좋다는 것. 그러나 투수가 아무리 점수를 주지 않아도 타자가 점수를 뽑지 못하면 0대0 무승부가 될 뿐. SK의 마운드는 웬만한 팀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6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이 3.73으로 두산(3.30)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레이예스-세든-윤희상-김광현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이닝이터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불안하다던 구원진도 박희수가 부상에서 돌아 오면서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송은범이 돌아오면 SK의 마운드는 훨씬 탄탄해진다. 실제로 송은범은 이번주 복귀 예정이었다. 시즌 초반엔 마무리로 나섰지만 이번엔 선발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7일 경찰과의 퓨처스리그 경기서 선발로 나와 50∼60개 정도의 피칭을 한 뒤 12일 목동 넥센전서 1군에 올라 선발 등판하는 것이 송은범의 복귀 플랜이었다. 5명의 선발진을 최강으로 갖출 수 있었음에도 KIA로 보낸 것은 그만큼 타선 보강이 급했기 때문이다.
올시즌만을 위한 트레이드? NO!
그렇다고 SK가 당장의 성적만을 위해 김상현을 데려온 것은 아니다. SK의 선수 구성상 미래를 위해서도 오른손 거포가 필요한 상황이다.
SK의 현재 타선을 보면 왼손 타자가 많다. 박정권 박재상에 새롭게 올라온 이명기와 한동민까지 모두 왼손이다. 그렇다고 왼손타자들이 큰 타구를 날려주는 거포도 아니다. 팀의 중심을 잡아줄만한 오른손 거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SK가 키우고 있는 선수들 중에서도 오른손 거포는 없다. 이재원이 그나마 오른손 거포 스타일이지만 팀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커리어는 아니다. 지난해 이호준처럼 중심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면서 최 정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팀을 이끌어줄 베테랑 오른손 거포를 수혈할 길은 결국 트레이드나 FA 영입밖에 없었는데 올시즌이 끝난 뒤 FA가 되는 선수 중에도 거포는 별로 없었다.
김상현의 SK행은 SK 야수진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KIA가 김주찬을 FA로 영입하면서 선수들간의 경쟁심리가 발동된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주축 선수들이 오랫동안 주전으로 활약해오면서 전체적인 긴장감이 떨어진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카드다. 김상현은 1루와 외야를 볼 수 있다. 수비가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해서 낙제점을 줄 수준도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김상현을 다양한 포지션에 기용하면서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쓸 수 있게 된다. 또 손등 부상을 당했던 이재원이 돌아오면 타선의 경쟁은 더욱 심화된다.
게다가 진해수의 영입도 SK에겐 꼭 필요한 수혈이었다. SK는 마무리 박희수를 빼면 불펜진에 왼손 투수는 김 준 밖에 없다. 그러나 김 준은 승리조라고 하기엔 약하다. 중요한 상황에서 상대 왼손 중심타자에 김 준을 낼 수 없다. 사실상 왼손 셋업맨이 없는 상황. 진해수는 이러한 SK의 고민을 풀어줄 수 있는 투수다. 올시즌 1패에 5홀드를 기록하고 있는 진해수는 평균자책점이 11.88로 나쁘지만 기출루자 득점 허용율이 1할4푼3리(기출루자 7명 득점 1명)로 낮다. 충분히 왼손 승리조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 트레이드를 보고 KIA는 잉여자원인 김상현과 진해수를 보내고 즉시 전력감인 송은범과 신승현을 받았다는 평가를 한다. 그러나 SK는 가장 수혈이 필요한 곳을 메웠기 때문에 결코 아쉬워하지 않는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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