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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아, 이젠 난 강남사람이야."
포수 최경철(넥센→LG)과 내야수 서동욱(LG→넥센)을 맞바꾸는 것이었다.
최경철(33)은 지난해 SK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지 1년 만에 다시 LG로 이적하는 운명을 맞았다.
으레 트레이드라는 게 선수 입장에서 보면 다소 서운할 수 있다. 자신이 속해 있던 팀에서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25일 곧바로 LG의 1군 엔트리에 등록된 그는 오히려 넉살좋게 농담을 던지며 LG에서의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최경철의 긍정 마인드는 박정권(SK)과의 유쾌한 말싸움에서 엿볼 수 있었다.
최경철이 이날 삼성전을 위해 잠실구장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박정권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박정권은 SK 시절 가장 친하게 지냈던 최경철의 1년 후배다. "야, 잠실구장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아느냐.ㅋㅋ"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최경철과 박정권의 해묵은 옥신각신 우정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가 된다.
최경철은 지난해 넥센으로 이적한 뒤 박정권에게 "난, 이제 서울사람이 됐다"고 자랑을 했단다. 인천을 연고로 한 SK에 남아있는 박정권을 놀려먹기 위한 것이었다.
트레이드의 아쉬움을 달래보려는 방편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정권은 전주 출신인 최경철이 서울 연고지 팀으로 이적한 것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넥센의 홈구장인 목동이 경기도 광명시나 인천과 맞닿은 서울 외곽지역인데 진정한 서울 입성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박정권의 반박이었다.
이후 이들은 연락을 주고 받을 때마다 '서울사람' 논쟁으로 티격태격했단다. 그러다가 잠실구장을 사용하는 LG로 이적하자 최경철의 콧대가 부쩍 높아졌다.
최경철은 "잠실구장은 서울의 중심이나 다름없는 강남 바로 옆에 있지 않느냐"며 "정권이가 이제는 딴소리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박정권은 절대 지지 않았다. 최경철에게 보낸 답장은 문자는 "그만 해라. 형은 아무리 그래도 뼛속까지 전주사람이야"였다.
박정권과의 해프닝을 소개한 최경철은 LG에 와서는 이진영을 걱정했다. SK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진영은 LG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절친인데, 오자마자 자신의 별명(멍철이)을 부르며 자꾸 놀리더라는 것이다.
그래도 최경철은 LG로 이적한 것을 무척 반기는 눈치였다. 김기태 감독의 말대로 LG가 필요해서 데려온 선수이기 때문이다.
최경철은 "SK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됐을 때만 해도 사실 망치로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에 설레는 기분"이라며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LG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잠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