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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쌓아올린 업적이 너무도 허망하게 무너지고 있는 듯 하다.
문제는 김 감독이 한화를 만났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인데다, 에이스인 류현진과 박찬호마저 팀을 떠나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인 팀이다. 기댈 것은 김 감독의 강력한 카리스마 뿐이었다. 하지만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게 아니고, 선수가 하는 것이다. 자신감을 잃은 선수들의 플레이는 좀처럼 김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거기다 조급해진 김 감독은 무리수를 두고 있다. 분명 "리빌딩을 해달라"라는 구단의 주문을 받고 지휘봉을 잡았지만 길어지는 연패에 애가 탄 모양이다. LG와의 3연전에서 프로야구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고 말았다. 김혁민을 12, 14일 두 번이나 선발등판 시켰고, 투수들을 포스트시즌처럼 총출동시켰다.
14일에는 이틀전에 선발 등판했던 김혁민이 다시 선발투수로 나섰다. 아무리 김혁민이 12일 경기에서 2이닝만 던졌다고 하지만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김 감독은 고교야구에서나 나올법한 변칙 투수진 운용으로 난국을 타개하고자 했으나 결국 이 시도는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1승을 위한 고육지책. 결정을 내린 당사자가 김 감독이기에 더 충격적이다.
한화의 연패를 두고 부진의 원인에 대한 여러가지 분석이 나온다. 류현진과 박찬호가 빠졌다고 하지만, 한화는 너무도 무기력하기만 하다. 한화는 지난해까지 최근 4년 간 3번이나 최하위에 그친 팀이다. 비록 전력이 약하지만, 이런 허약한 팀 체질을 바꿔달라고 김 감독을 모셔온 것이다. 김 감독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사령탑 제의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화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무기력하기만 하다.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다. 김 감독 등 코칭스태프의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현 상황에서 변화를 주기도 어렵다. 선수층이 얇아 과감한 엔트리 교체나 라인업 변화도 주기 힘들다. 옛날처럼 선수들에게 기합을 주고, 질책할 수도 없는 분위기다.
김 감독은 9일 대구 삼성전부터 경기 전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연패를 끊으면 취재진을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김 감독이 덕아웃에 나타나지 않는 날이 길어지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30년 간의 화려했던 시절을 돌이키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대전=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