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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앞에 흔들리는 김응용 감독의 30년 관록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4-15 06:52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14일 대전 한밭운동장에서 열렸다. 한화가 LG에 3회 0-6으로 뒤지는 가운데 김응용 감독이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한화는 개막전 이후 12연패로 개막전 최다연패와 타이를 기록중이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4.14/

30년 동안 쌓아올린 업적이 너무도 허망하게 무너지고 있는 듯 하다.

한화 김응용 감독이 치욕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14일 대전 LG전에서 0대8로 완패해 개막 13연패에 빠졌다. 2003년 롯데가 세웠던 개막 12연패 치욕의 기록을 넘겨받았다.

김 감독은 한국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82년 말 해태 감독에 부임한 후 해태에서 9번, 삼성 사령탑으로 1번 등 총 10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기록이다. 지도자로서 인정을 받은 그는 야구인으로는 처음으로 삼성 구단 사장까지 지냈다. 구단 사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노(老) 감독이 지난해 말 현장에 복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야구계는 발칵 뒤집어 졌다.

문제는 김 감독이 한화를 만났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인데다, 에이스인 류현진과 박찬호마저 팀을 떠나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인 팀이다. 기댈 것은 김 감독의 강력한 카리스마 뿐이었다. 하지만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게 아니고, 선수가 하는 것이다. 자신감을 잃은 선수들의 플레이는 좀처럼 김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거기다 조급해진 김 감독은 무리수를 두고 있다. 분명 "리빌딩을 해달라"라는 구단의 주문을 받고 지휘봉을 잡았지만 길어지는 연패에 애가 탄 모양이다. LG와의 3연전에서 프로야구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고 말았다. 김혁민을 12, 14일 두 번이나 선발등판 시켰고, 투수들을 포스트시즌처럼 총출동시켰다.

12일 LG전에서 김 감독은 초반 흔들리던 선발 김혁민이 3회 선두타자 오지환에게 안타를 내주자 급하게 좌완 윤근영을 투입했다. 이후 마무리로 활약했던 안승민 마일영 김일엽 정재원 송창식 이태양까지 1군 엔트리에 있던 투수들을 총출동 시켰다. 김광수를 제외한 모든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정규시즌 초반에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 펼쳐졌다. 그러나 이런 무리수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14일에는 이틀전에 선발 등판했던 김혁민이 다시 선발투수로 나섰다. 아무리 김혁민이 12일 경기에서 2이닝만 던졌다고 하지만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김 감독은 고교야구에서나 나올법한 변칙 투수진 운용으로 난국을 타개하고자 했으나 결국 이 시도는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1승을 위한 고육지책. 결정을 내린 당사자가 김 감독이기에 더 충격적이다.


한화의 연패를 두고 부진의 원인에 대한 여러가지 분석이 나온다. 류현진과 박찬호가 빠졌다고 하지만, 한화는 너무도 무기력하기만 하다. 한화는 지난해까지 최근 4년 간 3번이나 최하위에 그친 팀이다. 비록 전력이 약하지만, 이런 허약한 팀 체질을 바꿔달라고 김 감독을 모셔온 것이다. 김 감독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사령탑 제의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화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무기력하기만 하다.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다. 김 감독 등 코칭스태프의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현 상황에서 변화를 주기도 어렵다. 선수층이 얇아 과감한 엔트리 교체나 라인업 변화도 주기 힘들다. 옛날처럼 선수들에게 기합을 주고, 질책할 수도 없는 분위기다.

김 감독은 9일 대구 삼성전부터 경기 전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연패를 끊으면 취재진을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김 감독이 덕아웃에 나타나지 않는 날이 길어지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30년 간의 화려했던 시절을 돌이키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대전=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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