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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승 류현진 3가지 본색 어떻게 드러냈나

기사입력 2013-04-14 14:08 | 최종수정 2013-04-14 14:08

[포토] 류현진,
LA 다저스 류현진은 베테랑 포수 라몬 에르난데스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3회 투구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면서 에르난데스와 글러브를 맞대고 있는 류현진.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위기에서의 침착함, 공격적인 피칭, 절묘한 강약 조절.

LA 다저스 류현진이 점차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류현진은 1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6안타를 맞고 9개의 삼진을 섞어 3실점하는 호투로 팀의 7대5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2승째,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했다. 국내 무대에서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여유와 배짱을 지녔다는 평가를 들었던 류현진은 이날 메이저리그 3번째 선발등판에서 자신의 이같은 장점을 십분 발휘하며 애리조나 타선을 압도했다. 다저스 선발 가운데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와 같은 2승째를 따내며 어깨 부상으로 6주 진단을 받은 잭 그레인키의 공백을 잊게 만들었다. 107개의 투구수 가운데 스트라이크 68개를 던졌고, 볼넷은 한 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공이 낮게 제구가 됐고, 공격적인 피칭이 위력을 발휘했다. 타석에서는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비롯해 3안타를 터뜨려 관중석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야말로 투타에 걸친 '원맨쇼'였다.

본색 드러낸 체인지업

류현진은 직구 51개, 체인지업 31개, 슬라이더 14개, 커브 11개를 각각 던졌다. 지난 두 경기에 비해 체인지업의 구사 비율을 크게 높였다. 애리조나는 전날까지 팀타율 2할7푼2리로 내셔널리그 2위에 오른 정교한 타선의 팀. 베테랑 포수 라몬 에르난데스와 처음 배터리를 이룬 류현진은 체인지업 등 변화구의 비율을 높이며 애리조나 타자들의 배팅 타이밍을 빼앗는데 주력했다. 직구 구속은 최고 92마일(148㎞)이었고, 체인지업은 70마일대 중반에서 최고 85마일까지 다양하게 던졌다. 삼진 9개 가운데 체인지업으로 잡은 것이 2개였다. 7회 선두 두 타자에게 체인지업을 던지다 연속 안타를 맞고 강판했는데, 제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었다. 체인지업의 생명은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얼마나 잘 떨어졌느냐이다. 적어도 6회까지는 체인지업이 직구와 함께 완벽한 볼배합의 주력 구종이었다. 6회까지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받은 타자 6명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압권은 1-0으로 앞선 4회말이었다. 1사후 4번 폴 골드슈미트에게 중월 2루타, 5번 미구엘 몬테로에게 볼넷을 내주며 1,2루에 몰린 류현진은 후속 두 타자를 체인지업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6번 알프레도 마르테는 낮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떨어지는 84마일 체인지업으로 좌익수플라이로 처리했고, 7번 조시 윌슨은 풀카운트에서 6구째 80마일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 공격적인 피칭

류현진은 상대 25타자 가운데 17명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며 애리조나 타자들의 스윙 타이밍을 빠르게 이끌었다. 물론 철저하게 코너워크를 진행하면서 한 가운데 몰리는 실투는 최소화했다. 초구 스트라이크의 중요성은 투구수 관리와 관계가 있다. 삼진을 9개나 잡아내면서도 류현진은 6회까지 99개, 이닝당 16.5개의 공을 던지며 투구수를 효과적으로 관리했다. 타자 한 명당 평균 4.28개를 던진 셈. 1회부터 공격적인 피칭이 돋보였다. 선두 A.J 폴록을 4구만에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2번 게라르도 파라는 2구째 직구로 땅볼처리한 뒤, 3번 마틴 프라도는 풀카운트에서 중견수플라이로 잡아냈다. 첫 두 타자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베테랑 포수와의 호흡은

류현진과 배터리를 이룬 포수는 메이저리그 14년 경력의 베테랑 라몬 에르난데스(37)였다. 에르난데스는 지난 99년 오클랜드에서 데뷔해 당시 '영건 3인방' 팀 허드슨, 배리 지토, 마크 멀더와 배터리를 이루며 명성을 쌓은 내조형 포수. 통산 타율 2할6푼4리로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타격에서는 파워가 많이 떨어졌지만, 투수 리드는 여전히 정상급 수준이다. 지난 7일 콜로라도에서 트레이드돼 온 에르난데스가 선발로 나선 첫 경기였다. 류현진은 지난 3일 샌프란시스코전과 8일 피츠버그전에서는 각각 A.J 엘리스(32), 팀 페데로위츠(26)와 배터리를 맞췄다. 이들보다 경험이 많은 에르난데스가 포수석에 앉으면서 훨씬 안정된 투구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르난데스는 이날 류현진의 공을 받는 동안 두 번 마운드에 올라갔다. 4회 1사 2루서 몬테로에게 볼카운트 2S에서 연속 볼을 던져 4구를 내주자 마운드로 달려가 류현진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류현진은 이후 두 타자를 범타로 잡아냈다. 6회 2사후 역시 몬테로 타석때 에르난데스는 류현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초구 커브 2개가 스트라이크존을 한참 벗어나며 연속 볼판정을 받은 직후였다. 사인 교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듯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체인지업, 직구, 커브로 몬테로를 땅볼로 아웃시키며 이닝을 마쳤다. 스코어링포지션(5타수 무피안타)에서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은 것도 에르난데스의 리드에 맞춰 집중력을 발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류현진 투타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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