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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서의 침착함, 공격적인 피칭, 절묘한 강약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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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직구 51개, 체인지업 31개, 슬라이더 14개, 커브 11개를 각각 던졌다. 지난 두 경기에 비해 체인지업의 구사 비율을 크게 높였다. 애리조나는 전날까지 팀타율 2할7푼2리로 내셔널리그 2위에 오른 정교한 타선의 팀. 베테랑 포수 라몬 에르난데스와 처음 배터리를 이룬 류현진은 체인지업 등 변화구의 비율을 높이며 애리조나 타자들의 배팅 타이밍을 빼앗는데 주력했다. 직구 구속은 최고 92마일(148㎞)이었고, 체인지업은 70마일대 중반에서 최고 85마일까지 다양하게 던졌다. 삼진 9개 가운데 체인지업으로 잡은 것이 2개였다. 7회 선두 두 타자에게 체인지업을 던지다 연속 안타를 맞고 강판했는데, 제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었다. 체인지업의 생명은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얼마나 잘 떨어졌느냐이다. 적어도 6회까지는 체인지업이 직구와 함께 완벽한 볼배합의 주력 구종이었다. 6회까지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받은 타자 6명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압권은 1-0으로 앞선 4회말이었다. 1사후 4번 폴 골드슈미트에게 중월 2루타, 5번 미구엘 몬테로에게 볼넷을 내주며 1,2루에 몰린 류현진은 후속 두 타자를 체인지업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6번 알프레도 마르테는 낮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떨어지는 84마일 체인지업으로 좌익수플라이로 처리했고, 7번 조시 윌슨은 풀카운트에서 6구째 80마일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 공격적인 피칭
베테랑 포수와의 호흡은
류현진과 배터리를 이룬 포수는 메이저리그 14년 경력의 베테랑 라몬 에르난데스(37)였다. 에르난데스는 지난 99년 오클랜드에서 데뷔해 당시 '영건 3인방' 팀 허드슨, 배리 지토, 마크 멀더와 배터리를 이루며 명성을 쌓은 내조형 포수. 통산 타율 2할6푼4리로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타격에서는 파워가 많이 떨어졌지만, 투수 리드는 여전히 정상급 수준이다. 지난 7일 콜로라도에서 트레이드돼 온 에르난데스가 선발로 나선 첫 경기였다. 류현진은 지난 3일 샌프란시스코전과 8일 피츠버그전에서는 각각 A.J 엘리스(32), 팀 페데로위츠(26)와 배터리를 맞췄다. 이들보다 경험이 많은 에르난데스가 포수석에 앉으면서 훨씬 안정된 투구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르난데스는 이날 류현진의 공을 받는 동안 두 번 마운드에 올라갔다. 4회 1사 2루서 몬테로에게 볼카운트 2S에서 연속 볼을 던져 4구를 내주자 마운드로 달려가 류현진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류현진은 이후 두 타자를 범타로 잡아냈다. 6회 2사후 역시 몬테로 타석때 에르난데스는 류현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초구 커브 2개가 스트라이크존을 한참 벗어나며 연속 볼판정을 받은 직후였다. 사인 교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듯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체인지업, 직구, 커브로 몬테로를 땅볼로 아웃시키며 이닝을 마쳤다. 스코어링포지션(5타수 무피안타)에서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은 것도 에르난데스의 리드에 맞춰 집중력을 발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